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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07. 2018

꽃 봉오리가 닫힐 때

아내의 폐경 걱정을 들으며

매달하던 마술을 하지 않는다고

아내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집에서는 "생리"라는 말 대신

"마술"이란 용어로 돌려서 사용한다

그래서 가끔은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는 무슨 마술사냐며

어이없는 질문을 한다


아들은 엄마의 마술을

생물학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아직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폐경에 대한 고민이 상당 부분 이해가 간다


마술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출산 후의 후유증과

비슷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아이를 가진 임산부의 입장이었을 때는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을 수 있고

주변에서도 대우를 잘 해주며

좋은 대접을 받다가

아이를 낳는 순간

"언제 살 빼니?"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들로

그런 대우가 사라지는 것처럼

마술이 끝나면 그렇게 될 것 같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마술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으면

몸의 생리적인 기능도 떨어지고

폐경에 따른 후유증도 온다하니

아내 입장에서는

매달하는 어려움만큼이나

걱정이 되나 보다


꽃 봉오리가 닫히는 것처럼

더 이상 벌이 좋아하지 않는

꽃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난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매월 힘들게 마술을 하기에

얼른 끝나면 좋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머니의 폐경 후유증을 보고도

아내도 역시나 같은 여자인데

생각을 하지 못했다


"폐경 시기가

아이들 사춘기랑 겹쳐서 더 힘들데"

라는 아내의 한 마디에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

더 고민이 되었다

그건 마치

아이들의 사춘기에 따른 어려움에

본인의 힘듦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런 안타까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지기도

버리기도

어려운

마술


부디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이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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