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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0. 2023

한 권의 책을 11만 번 읽는다면

재능보다는 노력이

  조선시대 한 사대부가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아주 특별했습니다. 꿈속에서 위대한 성인으로부터 가르침을 얻는 꿈이었기 때문이죠. 그때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우리 집에서 나오게 되는 것인가?’ 사대부는 그런 기대를 하며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천연두를 앓게 됩니다. 뛰어난 아이들은 4,5살이면 글을 알던 시대에 그의 아이는 천연두로 인해 10살이 되어서야 겨우 글을 깨우칩니다.

  그 당시 평균 수명이 50이 되지 않았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대략 스무 살쯤 글을 뗀 셈입니다. 수재를 기다렸던 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주위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며 똑똑한 아이를 양자로 들이라며 비웃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주위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불어넣어 줬지요.


  '아들아, 학문의 성취가 늦어도 성공할 수 있다. 읽고 또 읽으면 대문장가가 될 수 있다.'


  그의 일화에서 얼마나 그가 잘 잊어버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집은 하인들조차 시조와 고사성어를 줄줄 꿰는 집안이었죠. 그는 하인과 함께 이동하다가 다른 집에서 들려오는 시 한 소절을 듣게 됩니다. 그는 하인에게 "이 시가 내 귀에 익숙하구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답답한 하인이 이야기합니다.

  "주인님 정녕 이 시를 모르신다는 말씀이옵니까? 이 시는 주인님이 그렇게 많이 읽으셨던 백이전이옵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그는 책 읽은 횟수를 기록한 책을 쓰게 됩니다.  독수기(讀數記)라는 책이죠. 책 한 권을 1만 번 이상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특히 <사기>의 백이전(伯夷傳)은 11만 3천 번을 넘게 읽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똑같은 책을 11만 번 읽고 59세에 장원급제하게 됩니다. 그 당시 누군가는 죽었을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성균관에 들어가게 되죠.

  그는 죽기 전에 묘비명에 이렇게 남깁니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 데 달렸을 따름이다

  

  위에 나온 사람은 조선 후기 유명한 시인이자 독서가인 백곡(白谷) 김득신(金得臣, 1604~1684) 선생입니다.


  정말로 김득신 선생님이 백이전을 11만 번이나 읽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100번의 독서도 어려운데 11만 번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둔한 두뇌도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김득신 선생님이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요? 저의 두뇌가 나쁘다고 탓하지 말고 노력을 게을리한 태도를 탓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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