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ecd-futureofjobs.org/
oecd 설문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당신의 직업이 얼마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 확률로써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확률은 8%로 매우 낮았다.
우리나라 평균 48%
회계 및 법률분야 평균 42%
내가 속한 직업군 31%에 비하면 내 일은 인공지능으로 쉽사리 대체될 수 없었다.
설문조사를 보며 우리 조직이 겪은 전산화 과정이 오버랩되었다.
#1
내가 입사했을 초기만 하더라도 입력실에 많은 분들이 근무하고 계셨다. 수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신고서와 자료들을 그분들이 일일이 입력하면 우리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였다.
세금이 누락된 부분은 전산에 자료를 입력하면 그다음 달 초에 고지서가 나와서 일일이 손으로 접어서 우편으로 보냈다. 더 오래전에는 손으로 직접 문서를 작성해서 세금을 내보냈다며 선배들이 요즘에는 많이 편해졌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전자신고 및 전자제출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 업무 환경은 많이 변화되었다. 분기마다 들어온 여러 뭉치의 신고서와 자료들을 묶어서 입력실로 보내고 대량 자료는 외주업체에 용달로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화가 이뤄지고 난 뒤에는 이런 일은 없어졌다. 대부분의 자료가 이미 전산으로 수록되기에 문서로 들어오는 자료는 1/10에 불과했다.
그 여파로 입력실 직원들은 입력 업무가 아닌 세무 처리 분야로 옮기거나 퇴사를 하는 기로에 놓였다. 4~50대가 주류였던 입력실 분들은 많은 분들이 퇴사를 하였고 세무처리 업무로 넘어온 분들도 초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단순 반복 작업이나 처리 흐름이 일정한 업무를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자화로 인해 입력실 업무가 없어지듯 자율주행차로 인해 차량 운전자가 사라지는 일들이 아마도 생길 게다. 법률이나 제도적인 측면으로 인해 시기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내 업무가 특별한 의식적 노력 없이 반복적인 일이라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워 보인다.
#2
전산화로 신고서나 자료가 축적되면 세금 부과와 관련된 일은 절반으로 줄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예상과는 달리 일은 훨씬 더 늘어났다. 전산화로 인해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됨으로 인해 찾아야 할 일들은 더 많아졌다.
단순한 세금 계산 오류는 기계적으로 걸러졌다. 오히려 작업 도중 계산이 잘못되면 다음 화면으로 이동되지 않기에 작업의 정확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은 전산화되지 않았다.
세무조사를 하며 표본화된 조사를 해 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미 조사된 통계를 바탕으로 나가는 업체에 그 내용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업체마다 다른 특성, 문제점의 발견 지점 등이 모두 달라 통계는 그저 참고용으로만 쓰였다.
아직 이 업무는 표준화, 계량화 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단순한 계산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탈세를 잡아내는 일은 간단히 훑어봐서 될 일은 아니었다.
후임자에게 조사의 기술을 설명해 줄 수 없듯 말로 표현하기 난해했다.
내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자료를 찾는 도구로써 도움을 줄 뿐 결과물까지 가는 해결책을 주진 못했다. 그 말은 내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이나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자료를 활용할 줄 아는 이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업무의 필수 능력이 되지 않을까?
#3
조직에서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세금 거래에 문제점이 있는 사람을 뽑아본 적이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금 문제가 있는 것을 추출해 내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리즘을 짠 것은 아니고 알고리즘이 판단한 자료가 담당자인 나에게 배정되어 맞는지 검토해 보라는 자료였다. 자료 검토 결과 문제는 없었다. 옆 직원 역시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대체 누가 알고리즘을 짠 거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인공지능은 분명 알고리즘 딥러닝을 통해 발전할 것이다. 슈퍼컴퓨터가 더 발전하면 인간의 뇌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모를까? 아직 내가 본 인공지능은 개발자나 설계자의 도움이 더 필요해 보였다.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분석 논리나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디어를 창안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해 내기에는 쉽지 않은 영역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입력실 직원들이 많이 아쉬워하며 퇴사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시대와 흐름에 뒤쳐지고 학습능력이 없으면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