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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08. 2019

#8 다음에 대신

100 d100 d Project

작년 휴가에 잠시 대만에 다녀왔었다

가족들과 들렀던 공자를 기리는 사당의 손잡이가 인상 깊었다

주황에 가까운 붉은색과 빛바랜 청동의 손잡이 색깔이 대비되어 기억에 오래 남았다

떨리는 손만큼이나 흔들린 선

'그래 다음에 그려야지'

생각보다 '다음에'라는 시간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하루, 이틀, 한 달이 넘도록 그려야지 했던 생각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냥 일상에 묻혀 버렸다.

그러다 시작한 하루 1 그림 그리기의 주제 중에 손잡이가 나왔다.

'그래 오늘은 작년에 못 그린 손잡이를 그려야지' 하고 큰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스케치를 마치고 났는데 '이건 아닌데'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때 내가 보았던 청동의 푸른 빛깔

틈틈이 끼어있던 먼지의 누런 황토색

사람들이 많이 잡아 손잡이 부분의 빛 바랜 색

그리고 바탕의 빨간색까지

드로잉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색칠을 시작했다.

큰 마음먹고 음영도 조금 넣었다.

빛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이사이에 공백의 공간도 살려 놓았다.

바탕의 빨간 빛깔이 없으면

손잡이의 느낌을 살지 않아서 꾹꾹 눌러가며

빨간색을 사각형의 모양으로 칠해 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칠하고 나니

드로잉의 허전한 느낌은 지워졌다.

2% 아니 20%도 넘게 부족한 느낌이

가득한 그림이지만

그나마 색이 들어가니 조금 나아 보였다.

보통 때는 그저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았지만

오늘은 600 dpi 고해상도로 스캔을 해 보았다

장비의 힘이었을까? 그나마 조금 더 나아졌다.




그렇게 오늘의 그림은 완성이 되었다.

작년의 '다음에'라는 약속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구나.

다음에는 '다음에' 대신 그 자리에서 그리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그림 완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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