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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20. 2019

물만 먹어도 살은 찐다

내 몸은 정직하다

어제 자기 전에 확인한 걸음수가 16 천보 정도였다

거기다가 2시간의 테니스 경기 동안 움직인 걸음까지 포함하면 2만 보가 넘어 보였다

평소 움직임이 8 천보 수준이니 거의 3배를 움직인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이 들었다.


'어제저녁에 비 오던데!'

'어제 2만 보 걸었으니 오늘은 좀 쉬자.'

'주말이니 조금 늦게 나가도 되는 것 아니니'

마음속에서 분주히 말을 걸어온다.

게으름 녀석의 활동이 극에 달한다.


그럴 때는 얼른 준비해둔 옷을 입는다.

'그건 잘 모르겠고 일단 옷이나 입자'

옷을 입고 나면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고 문 밖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오늘의 기록

구분 총 누적 전일 대비

총길이 4.45km +70m

반환점 1.79km +40m

지속 거리 2.4km +130m

체중 -1.0kg


'어제보다 한 발짝 더' 전략이 잘 통하고 있다. 총길이가 어느덧 5km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은 일주일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음료수를 하나 샀다.

음료 하단에 375g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이것만 먹어도 몸무게가 0.4kg 늘어난다는 것이지

이번엔 그거 생각하지 말자. 일주일 동안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만 허락해주자.

100g 당 칼로리가 20kcal란다. 이 음료수 팩 하나가 75kcal라는 뜻이로군

머릿속에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30kcal

= 밥 한 숟가락(밥 한 공기 300 kcal / 대략 10 숟가락)

= 3분의 운동 (30분 운동 300kcal / 30 kcal)


길 위의 생각


근육 나이는 몸의 나이와 무관하다.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가 내 앞을 뛰어가셨다. 나는 힘이 들어서 걷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전혀 피곤을 느끼지 못할 만큼 뛰어가셨다. 문득 내 몸의 나이는 저 할아버지보다 늙은 게 아닐까 싶었다. 시간에 따른 나이만 젊을뿐 근육은 어쩌면 그 할아버지보다 더 늙은 게 아닐까 라는 반성을 하며 더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다.


인간은 시각에 약하다.

편의점에서 저 음료수를 고른 건 순전히 버스 아저씨 때문이었다. 며칠 동안 달리기를 하는 동안 한 버스 아저씨가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에 저 음료수를 드시고 계셨다. 사실 저 음료수를 꼭 먹어야겠다 이런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자꾸 눈에 띄니 호기심이 들었다. 아마도 그 아저씨가 다른 음료수를 먹었더라면 다른 음료수가 먹고 싶지 않았을까? 시각적 유혹에 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또 하나 깨닫다.


체중 방정식 - 몸은 정직하다 쓴 만큼 빠진다

어제보다 살이 1kg이나 빠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중 노트를 보니 어제 테니스를 마치고 자기 전에 찍은 몸무게가 67.8kg이었다. 그러니까 아침에 열심히 운동을 해서 200g 정도 더 뺀 셈이다.

그래서 한 번 계산을 해 보았다.


감소 요인 500g

- 100g(자는 동안)

- 300g(300kcal 운동)

- 100g(소변)


증가 요인 375g

+ 375g(음료수 섭취)


감소 요인이 125g이 더 많으니 200g 정도 빠진 체중은 얼추 비슷해 보였다. 사람들은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한다. 맞다. 물도 무게를 갖고 있다. 그런데 물은 칼로리가 없으니 무게가 나가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게 된다. 생수병 2L를 들어보라. 병 무게도 있겠지만 물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러니 물만 마셔도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 정상이다.


체중 방정식을 보니 덜 먹고 더 뛰어야겠다는 사실을 더 절감하게 된다. 몸이 이렇게 정직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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