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21. 2019

#21 하루에 10초 필요한 것

하루에 정말 10초도 쓰지는 않지만 없으면 불편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빗일 게다. 빗이 없다고 머리를 단정하게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아주 편하다. 내가 짧은 머리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주로 쓰는 빗은 아주 빨간 빗이다. 위쪽은 조금 성글게 모가 나있고 아래쪽은 오밀조밀하게 모가 모여있다.

초간단 스케치

그렇지만 내 그림은 늘 그렇듯 사실과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이가 한 두 개는 빠진 듯 틈이 많다. 게다가 모 사이의 간격도 모두 제각각이다. 모의 크기도 역시나 모두 다르다. 과연 이렇게 제품을 만들면 살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런 추상화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는 단순 반복적인 것을 싫어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만 그냥 다르게 그리고 싶다. 아마도 그래서 내 그림은 알파고도 도무지 따라 그릴 수 없는 나만의 개성이 묻어난다. 어떤 사람은 그냥 초등학생 그림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래도 개의치 않으련다. 그냥 내뜻대로 내 마음대로 그리는데 다른 이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으니까.

역시나 음영은 어렵다.

화장실 선반에 고이 모셔져 있는 빗. 자세히 보니 밑에 칫솔이 하나 깔려있다. 캡으로 둘러싸인 칫솔이 있어서 틈이 큰 선반 다리에 안정적으로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모두들 다 필요한 자리가 있듯 칫솔이 있기에 빗이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마치다.

매거진의 이전글 #20 4명의 현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