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니 책이 주는 영감도 바뀌다
중학교였을까?
고등학교였을까?
도서관에서 갈매기의 꿈을 읽게 되었다.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고 이 부분이 기억에 깊게 남았다.
p.27
이제 그는 시속 344킬로미터로 곧장 강하하고 있었다.
그 속도에서 날개가 펴지면 몸이 산산조각 난다는 것을 알기에
조나단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속도는 힘이었고,
속도는 환희였으며,
속도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랬다. 조나단이 빠른 속도에 도달하며 느끼는 아주 큰 기쁨이 내게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갈매기 조나단은 빠른 속도에서 최고의 환희를 느꼈구나.
속도? = 기쁨!
나 역시 갈매기 조나단과 같이 빠른 속도를 즐겼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몸 전체로 느껴지는 바람이 좋았다.
달리는 차 안에서 느낄 수 없는 공기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느낌 말이다.
내 발밑의 바퀴가 지면 위를 달리며 느껴지는 진동과
내 몸이 공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 느낌은 정말 최고였다.
느린 자전거와 도로 위에 꽉 밀린 자동차보다 먼저 나갈 때는 마치 높은 성취를 거둔 사람처럼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운동을 게을리하던 나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는 그저 집안 장식품의 하나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인라인 스케이트는 그저 추억 속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생각해보니 순간순간 삶에서 어떤 단어들이 나를 많이 좌우했다.
20대를 관통했던 단어는 속도였다.
30대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자 부자를 꿈꿨다.
하지만 40대가 되어 인생의 반환점 근처에 와 보니 지금은 깨달음이었다.
p.56
"대부분의 새들은 아주 더디게 나아왔지.
대부분 한 세상에서 거의 똑같은 다른 세상으로 오면서
이전 세상은 까맣게 잊었고,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개의치 않고 순간을 위해 살고 있지.
먹거나 싸우거나 무리 안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처음 떠올리기까지
몇 생이나 살아야 하는지 알아?
존, 천 번의 생, 만 번의 생이란다!
그런 다음 백 번을 더 살아야 우리는 완벽함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고,
다시 백 번을 더 살아야 사는 목적이
그 완벽함을 찾고
그것을 보이기 위해서임을 터득하기 시작하지.
물론 이제 우리는 똑같은 규칙을 적용받지.
우리는 이번 생에서 배운 것을 통해 다음 생을 선택한단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은 이번 생과 똑같아.
한계도 똑같고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도 똑같지."
왜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은 진작 답을 냈어야 하는데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아마 죽기 전까지도 찾지 못할는지 모르는 일이다.
분명 10대, 20대에도 이 부분은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무슨 말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사는 목적이라는 것
그리고 완벽함이라는 것
아마도 그 시절에는 다른 이들이 그랬듯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것인가?
어떻게 하면 사람이라는 무리 안에서 힘을 잘 발휘할까?
그런 질문은 이렇게 이어졌다.
돈으로 성공할 것인가?
명예로 성공할 것인가?
지위로 성공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했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진정한 목적인데
먹고사는 것에 치여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남들이 말하는 정답을 따르며 나도 그 경주에 참여해야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살다 보니 결국 인생이라는 것은 내가 살아온 시간의 총합이었다.
어떤 색깔로 사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라는 종이에 그림이 그려지고
되돌아봤을 때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고 큰 그림으로 보게 되는 게 인생이라 생각되었다.
그저 맹목적으로 돈을 좇거나 성공을 쫓거나 하다 보니
인생이라는 시간을 잊고 있었다.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으며
나의 인생이라는 시간에서 무엇을 남길지 다시금 생각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