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그 옆에 가방을 멘 아빠는 열심히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두 아이 모두 아직 학교를 가기 전인지 그리 키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둘째의 발걸음이 아직은 부자유스러운 걸 보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저 멀리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신다.
두 아이의 할머니인지 과일 한 개를 가져와 작은 손주에게 안긴다.
작은 아이는 한 입을 물고는 놀이에 정신을 팔려 과일을 떨어뜨린다.
할머니는 이내 근처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옆에 보니 짐이 작은 봉투에 한가득이다.
기저귀부터 물티슈까지 필요한 것이 많은 때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우리 아이들
놀이터에 나온 지 한참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들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아빠인 나도 그다지 찍을 마음이 없고 아이들도 그렇게 한가롭게 조용히 놀지 않는다.
한 아이는 킥보드, 다른 아이는 자전거를 타며 둘이 노느라 아빠는 안중에도 없다.
그렇게 잠시 동안 시야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겨웠는지 둘이 자전거와 킥보드를 바꾸며 놀고 있다.
오늘 내가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는 달랑 물 한 통이다. 이마저도 편의점에서 사면 그만이다.
딱히 준비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줄어든 사진과 준비물만큼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줄어드는 것일까?
놀이터에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려 했더니 그럴 틈도 없이 두 분이 자전거 사용권 분쟁 중이네
더 크게 싸우기 전에 얼른 분쟁 조정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