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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19. 2023

메모라는 사금

잡생각의 가치

  인생은 순간이라는 모래가 빠져나가는 모래시계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빠져나가는 모래는 우리의 손을 지나간다. 유한한 시간이라는 순간의 모래가 끊임없이 떨어질 것 같지만 언젠가는 끝이 나는 그런 모래시계 말이다.

 그런데 그 시간의 모래 속에서 사금이라는 좋은 것들이 가끔씩 들어 있다. 때로는 잘 남겨두고 싶고 보관해 놓고 싶은 것들도 끼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모래는 쓸모없던 것들이라 던지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기에 좋은 것이라도 습관처럼 던지는 것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모래도 사금도 모두 던져버리고 나서야 '아, 저 사금은 던지지 말아야 하는데'라는 후회를 하게 된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뚝딱 튀어나와서 글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하루 종일 글을 쓸 궁리만 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잠시 잡아내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마도 나의 글 쓰는 과정을 비유하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모래시계 속에 떨어지는 모래들(잡생각) 중에 사금(아이디어)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사금(아이디어, 짧은 생각)들을 잘 보관해 놓았다가 필요한 사금들만 꺼내서 머릿속에서 가열을 시켜 금조각(글)으로 바꾼다. 그렇게 모인 금조각(글)들을 다시 한번 녹여서 금덩어리(책)로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제일 나중에 만든 금덩어리(책)만을 보고 '나도 책을 쓰고 싶다'라고 한다. 그러려면 일단 금 조각(글)이 있어야 하고 그런 조각(글)을 만들려면 사금(메모)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한다.

인큐베이터 안의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그냥 자라나지 않는다. 계속 관심도 가져주고 이것저것 붙여주고 몇 번씩 다듬어주어야 제대로 된 아이디어로 거듭난다. 다른 이의 금덩어리를 부러워하기 전에 자신만의 사금부터 모아라.


치환이라는 연금술

쓰레기 더미라도 재활용하면 자원이 된다. 그렇게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재분류가 잘 되어야 한다. 종류에 맞춰서 쓸모 있는 것들만 따로 모았을 때 재사용이 쉽고 효율적이다. 생각들을 계속 모으고 분류하고 모으기를 반복해 자신만의 한 덩어리가 완성이 되면 그것을 문장으로 풀어내면 글이 되고, 그런 글이 모여 책이 된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종이든 스마트폰이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자. 그 생각이 곧 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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