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04. 2019

어떤 부부

배려, 여유 그리고 행복

엘리베이터에서 한 중년의 부부를 보았다. 그 사람들의 부유함은 알 수 없었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보였다. 아저씨는 출입문 앞에 서서 문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5살 무렵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며 해맑게 웃던 아저씨는 아내와 소소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벌써 30년 전이네"라며 아저씨는 아내와 함께 대화를 이어갔다.



비 같은 눈이 많이 내리는 어느 날 또 다른 모습의 한 부부를 보았다. 빗길에 보게 된 그 부부는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두 분 다 우산 속으로 흰머리가 가득해 보였다. 아내와 같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저씨만 홀로 앞서 버스에 올랐다. 아내에게 연신 "빨리 와"라고 재촉을 하였다. "저 버스를 꼭 타야 한다"며 우산도 접고 지갑부터 꺼내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아내는 그 뒤에서 버스에 타지 못한 채 서 있고, 다른 한 사람이 끼어들어서 그다음에야 탈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도 역시 아저씨가 먼저 내리며 아주머니는 한참 뒤에야 내렸다. 


우리 부부의 나중 모습은 어떤 쪽에 더 가까울까? 과연 어떤 게 행복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소중한 가족이라면 먼저 오르고 내리고 하는 배려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을 때 삶의 행복이 따라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행복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행동을 하라"는 아내가 평소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사람이 미우면 한 없이 밉고 그 사람이 사랑스러우면 한 없이 사랑스럽다.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내 시야의 문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1분기를 마감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