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Dec 26. 2020

일상의 흔적

부디 종이 낭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는 일이 있으시다면,

주위의 반대 따위는 이겨내주시기 바랍니다.

주위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

그 일이 바로 여러분이 평생 해나가야 할

자신만의 일일수 있으니까요

-'광둥어 회화 첫걸음' 머리말 중


  사실 그림을 그린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그리는 것이 편한 것도 아니다. 내 밥벌이와 크게 관련이 있는 일도 아니다. '그게 과연 그림이냐?'라는 비난과 '할 일이 정말 없다!'라는 질시를 견디고 그림을 그렸다. 내게는 그렇게 그림이 주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꾸준히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작년에 100일 100 그림 프로젝트를 끝냈었다. 100일 동안 100장의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그저 그림만 그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며 여러 생각이 들어서 거기에 몇 마디 덧붙이다 보니 글이 되었다. 그렇게 100장의 그림과 함께 100편의 짧은 글이 완성되었다.


  50일이 지났을 무렵 한 분의 지인으로부터 출판 제의(?)를 받았다. 그래서 그림으로 끝내려던 프로젝트는 책이 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책이라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며, 종이에 미안한 감정은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숱한 나무들이 베어져야 할 터인데 나의 작품 아니 나의 글과 그림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수십 번 고민하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최소한의 사람들에게만 알리자’였다. 내가 쓴 대부분의 글이나 그림은 이미 브런치에 올라와 있고 다만 약간의 교정과 좀 더 나은 상태의 드로잉을 볼 수 있는 것 외에 내 책이 줄 수 있는 장점은 없었다. 꼭 필요한 분이 아니면 알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내 인생에 있어 또 한 권의 책이라는 이력을 남기는 셈이니 작업 과정은 글로 남기기로 했다. 언젠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쯤 이 글을 다시 본다면 이 책에 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겠지?


[제목] 일상의 흔적

  사실 책은 제목이 반이다. 얼마나 내용을 핵심적으로 압축할 수 있는지 사람들의 뇌리에 와 닿는지 그런 매력적인 제목을 뽑아야 했다. 그래서 생각이 나는 대로 이것저것 적어 보았다.


일상의 흔적

일상을 예술로

일상에 예술이 잠든 시간

펜이 깨어나는 시간

예술을 깨우는 시간

위로가 되는 시간

예술을 보았다.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시간이 멈춘 자리

일상의 사이

예술의 흔적들

하루 한 그림

아저씨 그림은 뭐 하게?

뭐하러 그려요?

그려서 뭐 하게?

일상 뒤에 숨은 예술들

일상에 숨은 예술들

일상에 숨은 그림들

일상에서 그림을 찾다

아저씨 그림

아저씨의 그림 노트

그림 씨앗 기르기

그림 노트 훔쳐보기


  조금 어렵게 보이지만 나는 "일상의 흔적"이라는 제목을 정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나의 느낌을 적었다는 생각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었다는 느낌에 이걸로 골랐다.


[앞뒤 날개]

  나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뒷날개에는 예전에 쓴 책 광고도 넣어봤다. 나에게는 책의 날개가 없으면 책이 아니란 느낌이 들어서 꼭 넣고 싶었다.


[표지 작업]

  앞표지는 95일 차 문이 들어간 그림을 넣었고 뒤 표지는 100일의 그림 주제를 그렸던 드로잉을 넣었다. 어도비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1주일간 무료 체험판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법은 그냥 유튜브를 보고 대충 따라 했다. 지난번에도 한 번 만들어보았는데 이번에는 지난번에 만들어둔 그 판형을 약간만 수정해서 쓰기로 했다.


[원고 작업]

  이번에도 부크크를 이용해서 출판하였다. 그래서 미리 부크크에서 다운로드하여 놓은 그림책 판형에 원고를 작성했다. 왼쪽에는 글, 오른쪽에는 그림이라는 콘셉트로 조금 여유 있게 작성했다. 꼭 책을 사셔야겠다고 했던 분이 글이 꽉 찬 책보다는 조금 여백이 있는 책을 원하셔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백을 많이 두었다.


  여백을 많이 두다 보니 책 분량이 228쪽까지 늘어났다. 100장의 그림 1쪽 + 100일의 글 1쪽에 더 많이 쓴 날과 표지를 계산해 보니 대략 그 정도가 되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3745996

  

  *제 브런치에 다 올라와 있는 내용이기에 온라인으로 보실 수 있는 분들은 굳이 사실 필요가 없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중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