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로 포개진 아이돌과 팬덤의 마음
지금 세빛섬에 가면, 비둘기도 있고 갈매기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커플들도 있고 ‘세븐틴 스트리트’도 있다. 미니 10집 앨범 발매를 맞이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한 프로모션이다. (*4월 16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계절을 만끽하며 산책하는 사람들과 다이아몬드 모양의 은색 풍선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반포에 당도했다. 마치 콘서트에 가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일었다. 이 글의 제목을 세븐틴의 노래 가사가 아닌 아이브의 신곡 ‘I Am’ 가사에서 따온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제일 좋은 어느 날의 데자뷰“. 세빛섬에 간 나의 마음을 적확히 표현하는 단 한 문장이다.
세빛섬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눈을 사로잡은 건 역시나 거대한 ’캐럿봉‘이었다. 저 멀리 잠원 한강공원에서부터 존재감을 자랑하던. 인터넷에서 ’똥파리봉‘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에 내심 걱정했는데 실제로 보니 나쁘지 않았다. 하늘과 캐럿과 최애의 포토 카드를 한 프레임에 담아 사진을 찍은 다음, 세븐틴 스트리트로 들어갔다.
현장에 방문한 인증샷을 올리면 풍선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받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 갔다. 입구엔 세븐틴 스트리트 운영 첫 날에 반려견 꾸마와 함께 다녀간 에스쿱스의 사인이 있었다.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도 여러 개 있었지만, 내 목적은 단 하나. 메시지를 적는 공간에 가는 것이었다. 최애의 사인 옆에 어느 유명 인터넷 소설의 명대사를 변용한 글귀를 하나 남기고 찬찬히 둘러 보다가 캐럿봉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시각 세빛섬엔 같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뿜어내는 에너지 같은 것이 뭉쳐 있었다. 그들의 입꼬리는 전부 비슷한 각도로 올라가 있었다. 누군가는 세븐틴의 노래를 따라 불렀으며, 누군가는 같이 온 친구에게 세븐틴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기분 좋은 소음을 끌어안고 책을 폈다. 전삼혜 작가의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사랑 가득한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책으로 골랐다. 책을 읽다가, 잠수교를 잠깐 걷다가, 사진을 찍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팬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목도할 때마다(혹은 내가 그런 마음을 줄 때에도) 한 번에 다 삼키지도 못할 만큼 큰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 진심으로 부러워지곤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만큼이나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멋진 일이다. 아이돌과 팬덤은 서로가 평생 겪지 못할 경험과 마음을 주고 받으며 결속된다. 음악과 사랑의 이름이 병렬로 포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