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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Apr 15. 2023

제일 좋은 어느 날의 데자뷰

병렬로 포개진 아이돌과 팬덤의 마음

세븐틴 스트리트 안에서 본 캐럿봉.


지금 세빛섬에 가면, 비둘기도 있고 갈매기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커플들도 있고 ‘세븐틴 스트리트’도 있다. 미니 10집 앨범 발매를 맞이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한 프로모션이다. (*4월 16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계절을 만끽하며 산책하는 사람들과 다이아몬드 모양의 은색 풍선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반포에 당도했다. 마치 콘서트에 가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일었다. 이 글의 제목을 세븐틴의 노래 가사가 아닌 아이브의 신곡 ‘I Am’ 가사에서 따온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제일 좋은 어느 날의 데자뷰“. 세빛섬에 간 나의 마음을 적확히 표현하는 단 한 문장이다.


 세빛섬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눈을 사로잡은 건 역시나 거대한 ’캐럿봉‘이었다. 저 멀리 잠원 한강공원에서부터 존재감을 자랑하던. 인터넷에서 ’똥파리봉‘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에 내심 걱정했는데 실제로 보니 나쁘지 않았다. 하늘과 캐럿과 최애의 포토 카드를 한 프레임에 담아 사진을 찍은 다음, 세븐틴 스트리트로 들어갔다.


세븐틴 멤버 정한의 사인과 팬들의 메시지.


 현장에 방문한 인증샷을 올리면 풍선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받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 갔다. 입구엔 세븐틴 스트리트 운영 첫 날에 반려견 꾸마와 함께 다녀간 에스쿱스의 사인이 있었다.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도 여러 개 있었지만, 내 목적은 단 하나. 메시지를 적는 공간에 가는 것이었다. 최애의 사인 옆에 어느 유명 인터넷 소설의 명대사를 변용한 글귀를 하나 남기고 찬찬히 둘러 보다가 캐럿봉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시각 세빛섬엔 같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뿜어내는 에너지 같은 것이 뭉쳐 있었다. 그들의 입꼬리는 전부 비슷한 각도로 올라가 있었다. 누군가는 세븐틴의 노래를 따라 불렀으며, 누군가는 같이 온 친구에게 세븐틴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기분 좋은 소음을 끌어안고 책을 폈다. 전삼혜 작가의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사랑 가득한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책으로 골랐다. 책을 읽다가, 잠수교를 잠깐 걷다가, 사진을 찍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팬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목도할 때마다(혹은 내가 그런 마음을 줄 때에도) 한 번에 다 삼키지도 못할 만큼 큰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 진심으로 부러워지곤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만큼이나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멋진 일이다. 아이돌과 팬덤은 서로가 평생 겪지 못할 경험과 마음을 주고 받으며 결속된다. 음악과 사랑의 이름이 병렬로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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