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 0인 사람의 인생 첫 수영 강습 도전기
퇴사하고 나서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됐다. 새벽 4시에 자서 오전 9시에 일어나는 식으로.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이대론 절대 안 되겠다 싶어서 새벽 6시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등록을 마친 후에 수경, 수모, 수영복, 수영가방 등 용품들을 하나씩 마련하며 수영을 향한 설레는 마음을 풍선처럼 키웠다.
오늘은 대망의 첫 강습일이었다. 월초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5시 25분에 갔더니, 몹시 친해보이는 아주머니들이 모여 계셨다. 나는 가만히 서서 핸드폰을 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넉살이 조금 더 좋았으면 말이라도 걸어봤을 텐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수영장에 다 고인물만 계시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나처럼 오늘 처음 강습을 온 분들도 많이 계셨다. 다 내 또래인 것 같아서 마음이 금방 안정됐다.
샤워를 깨끗이 한 뒤, 수영복과 수모, 수경을 전부 착용하고 수영장으로 드디어 입성했다. 유아풀에 앉아서 물장구를 치며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음악이 울려 퍼졌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몸을 푼 다음 수업이 시작됐다. 앉아서 발차기를 하다가, 엎드려서 발차기를 하고, 호흡법도 배웠다. 음파음파! 첫날이라 별거 안 했는데도 힘이 들었다. 내 체력이 문제다.
첫날부터 수영 친구를 사귀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홀로 조용히 씻고 나와서 아침의 여유를 만끽했다. 햇볕을 맞으며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출근하는 직장인 분들이 많이 보였다. 각자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아침에 운동을 가는 건 처음인데, 그저 일찍 일어나서 수영 강습에 나간 것만으로도 뿌듯한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왔는데 7시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니. 새벽 수영을 매일 가는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매번 느꼈겠구나. 진심으로 부러워졌다.
난생 처음으로 수영에 도전해보는 거라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혼자 어리둥절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고인물 텃세가 심하다던데’, ‘나만 혼자 진도 못 따라가면 너무 부끄러울 텐데’ 등등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한 번 수업을 나가 보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많이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중급반 레일에서 열심히 수영하는 선배님들을 보며 나도 꼭 저렇게 멋진 수영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땐 운동하는 걸 정말 싫어했다. 체육 시간엔 피구를 조금 하다가 친구들과 둥글게 모여 수다를 떠는 게 전부였다. 공부 빼고 다 재밌었던 고등학교 3학년 땐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 나와 같이 배드민턴을 쳐주는 친구에게 늘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표해야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는 여러 가지 홈트레이닝을 하면서 점차 운동에 대한 애정을 쌓아갔다. 그 뒤로 헬스나 러닝을 하기도 하고, 테니스를 배우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그만뒀다. 운동 초보자인 내가 과연 수영은 얼만큼 할 수 있을지,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수영 용품을 처음 준비할 때는 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가슴을 부여잡았는데, 첫 수업을 다녀오고 나서는 계속 수영 가방과 수영복만 찾아보고 있다. 이미 수영의 매력에 다이빙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