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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Sep 17. 2023

예술을 사랑하는 신약 연구원, 떠모 인터뷰 (2)

내일도 내 일을 사랑해—27살 신입 연구원 이야기

떠모가 직접 촬영한 사진


LG, SK 등 대기업 서류 합격, 면접까지 경험하셨어요. 스타트업인 현재 직장을 선택했을 때 가장 고려했던 점, 혹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원 졸업과 취업을 같이 준비하면서 최선을 다해 취업 준비를 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밤 10시 이후에 취업 준비를 해야 해서 제가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 했음에도 준비가 부족했고, 그런 부분이 최종 탈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 후회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최종면접까지 가면서 제가 해왔던 노력들이 어느 정도 인정받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현 직장은 제 연구 분야에서 저명하신 분이 만드신 회사고 연구원으로서 크게 성장할 기회가 있어 선택했습니다. 어려운 점은 스타트업 기업이라 많은 걸 두드려 보고 가야 한다는 점이에요. 무에서 유를 만들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지만, 이 경험 덕에 나중에 어느 기업에 가든 새로운 걸 시도하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SK 면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취준생들에게 작은 팁을 남겨주신다면?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서류겠죠. 나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가독성 좋은 자소서를 쓰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서류가 면접 질문에도 기초가 되기 때문에 면접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해요.      


SK 면접의 경우 저는 전공 발표를 같이 진행해서 전공에 대한 질문과 인성에 대한 질문을 같이 받았어요.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도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해 가시는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인적성의 경우 너무 어려워서 분별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본 못 것 같아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왜 붙었는지 이해가 안 갔었거든요)      


최종 합격을 못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업무가 제 직접적인 전공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업무 적합성이 저보다 더 높은 분을 뽑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취업운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감 있고 솔직한 모습으로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신상 정보 말고, 지금의 떠모님을 구성했던 다양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떠모님은 삼남매 중 둘째시고, 위에 오빠가 있긴 하지만 장녀잖아요. 둘째로서의 설움과 세미 장녀로서 힘든 점은 뭐였나요?

둘째의 설움은 아무래도 강력한 지배자 오빠가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어릴 때 장난감을 독점했던 오빠를 절대 권력자라 느껴 옆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그때는 오빠가 철이 없는 편이라 저도 저 자신을 첫째라고 느끼고 있었던 거 같아요. 오빠가 저희집 사정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아서, 저는 미술을 전공할 생각은 못 했어요. 대학을 갈 때도 등록금이 비싼 대학은 갈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의지만 있었다면 방법은 어떻게든 있었을 텐데 지레 포기했던 그때의 제가 안쓰러우면서도 또 가장 큰 후회로 남게 됐어요.


제가 보는 떠모님은 자립심과 책임감, 추진력이 뛰어난 친구인데요, 특히 대학생 때 유럽 여행을 다녀온 것과 혼자서 세부에 다녀왔던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특히 유럽 여행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다녀온 거였잖아요.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나요?

미술이나 음악에 관심이 있고 또 자연을 좋아해서 살면서 한 번 쯤은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고 대학생 때 계속 생각했었어요. 취업을 하면 돈은 모일 테지만 시간이 없을 테니 ‘차라리 지금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자’라는 마음으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다녀왔어요. 지금 돌아보면 맘만 먹으면 또 다녀올 수 있을 텐데, 그때는 세상 마지막인 것처럼 돌아다니다 왔어요. 덕분에 미술관을 하루에 2개씩 가며 원 없이 경험하고 즐겼었네요.      


세부도 취업 전에 고생했던 저를 위해 선물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다녀온 건데, 아무래도 취업 시기가 애매해서 그냥 혼자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신혼 부부 사이에서 야무지게 태닝하고 왔었습니다. 여행은 책임감보다는 현생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자 가고 싶었던 욕구가 터져서 갈 수 있었어요.     


사실 떠모님의 mbti는 인프피인데, 통념적으로 인프피랑 추진력이랑은 거리가 멀잖아요. 이거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어요.

오히려 저는 이게 인프피적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보면 급발진일 수 있지만, 강렬히 원하는 게 생기면 그걸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하기 싫은 건 안 하려고 하는, 호불호가 분명한 성향이랍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일할 때 힘들었지만, 대학원에 가서 피할 수 없으면 해치워버리면 된다는 걸 배워 지금은 가장 하기 싫은 것 먼저 치워버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행가고 싶은 나라는 어딘지, 이유도 궁금해요.

모든 대륙을 다 가보고 싶어요! 스위스가 가장 좋았기 때문에 다시 가볼 예정이고 미술관이 많은 프랑스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생물인이라면 다 아는 갈라파고스에 한번쯤 가보고 싶습니당. 하고 싶은 게 많은 인프피라 열심히 벌어 둬야 할 것 같아요.     


여행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요즘 밴드도 하고 계시는데, 밴드를 하게 된 계기도 알려주세요.

피아노를 취미로 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혼자 하다 보니 귀찮아질 때도 있고 성취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연주하면 연습도 더 열심히 할 것 같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      


막상 밴드를 해보니 다른 사람들과 합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요즘은 신디사이저 연습도 해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합주를 하는 즐거움이 커서 다 만족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면서 ‘세미 연주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작곡도 해보고,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를 배우고 싶어요. 운동도 좋아해서 클라이밍이나 서핑을 배우고 싶기도 하네요. 다양한 것들을 배우며 제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게 꿈이에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일과 취미를 둘 다 놓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사는 떠모님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요?

거창하게 말해보자면 자아 실현이 인생에 가장 큰 목표예요. 어릴 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도 신경쓰고, 저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걸 하려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저 자신을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게 뭐고,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저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예요. 작은 제 모습 하나하나를 알아가는게 즐겁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많은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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