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나는 아이 곁에서, 밤을 견디는 엄마의 기록
토요일, 가족과의 피크닉으로 하루가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둘째 아이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설사를 하고, 밤에는 열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뭘 잘못 먹은 걸까?'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일요일 아침에 주말에도 진료를 보는 병원에 찾아갔다. 의사선생님은 (이미 콧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어서) 감기에 장염기가 있다고 하셨다. 열은 바이러스랑 싸우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반응일 뿐이라며 금세 괜찮아질거라고 덧붙이셨다.
해열제를 먹이면 잠시 괜찮아지다가도 밤이면 다시 열이 오른다. 아이는 짜증을 부리며 무조건 엄마만 찾는다. 반복되는 밤. 엄마의 새벽은 그 순간부터 무너진다.
잠결에 아이가 울면 희미한 정신으로 아이를 토닥이며 몸 구석구석을 만져본다. 아... 뜨거운데? 망했다! 더듬더듬 침대 위에 놓아둔 온도계를 찾고 귀에 대본다. 온도계에 들어온 빨간 불에 내 심장도 뜨거워진다. 갑자기 방문을 나서 해열제를 찾고, 두 눈을 비비며 약병에 용량을 겨우 맞추고 아이 입에 털어 넣는다. 약이라도 잘 먹어주면 어찌나 고마운지...
첫째 때는 꾸벅꾸벅 졸면서 온도계에 노란불이라도 켜지는 걸 봐야 나도 눈을 감을 수 있었는데, 둘째가 되니 마음이 좀 더 대범해졌다. 해열제 먹이고 그냥 바로 잔다... 힘들면 또 울겠지...zzZ
그렇게 두어번 밤새 깨고 나면 아침은 고역이다. 첫째는 유치원에 보내고 열나는 아이는 가정보육행...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이렇게 가정보육의 시간이 오면 어쩜 이리 시간이 안가는지... 컨디션은 또 나쁘지 않아 집안 곳곳을 헤짚고 다니는 우리 환자님 덕분에 집안꼴도 내 정신머리도 엉망이다.
'새벽수행(?)-가정보육' 루트를 3~4일 정도 반복하고 나니 내 면역력도 함께 말라간다. 오전시간 운동하면서 활력이 샘솟았었는데, 잠이 무너지니 활력이고 에너지고 다 소용없었다. 입 안에는 허연 수포가 올라오고 아이보다 더 기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간 소아과에서는 중이염 판정을 받고 (중간에 한번 더 갔을때도 단순 감기였다) 결국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항생제를 먹이니 열은 바로 떨어지고 평온한 밤이 찾아왔다. 내가 고생한 며칠이 어이없어지는 순간이다... 감기로 오랜 시간을 끌다보면 중이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종지부를 찍는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이럴거면 빨리 항생제를 먹이는게 나은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아이의 긴 병치레에 엄마는 지쳐가고 아파온다. 친구네는 아이가 결막염이 걸린 일주일동안 부부싸움을 크게 한판했다고 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의 여유가 없고 말이 예쁘게 안나온다... 나도 오늘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안주면 유치원 안간다는 첫째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 내는 말을 퍼부었다.
가기 싫음 가지마, 이제 아이스크림도 간식도 안사줄거야"
유치원이 너 가고싶다고 가고, 가기 싫다고 안가는 데야?!
이럴거면 관두고 집에서 놀아"
너 이러면 엄마랑 못살아. 아이스크림 잘 사주는 할머니랑 가서 살아"
겨우겨우 아이 둘을 기관에 보내놓고 집정리를 하고 일주일 만에 런닝도 했다. 기운을 차리고 나니 첫째에게 쏟아부었던 말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어떻게 사과해야하지...)
엄마의 상태가 그 집의 날씨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또 아플 테지만, 엄마는 쉽게 아플 수 없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우리 집의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나부터 돌보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