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위너는 김부장?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던 책.
중년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자연스레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나 역시 늘 뒤처진 건 없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더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점이었기에 이 책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나 또한 큰 기업에 오래 몸담고 있는 중년 직장인이고, 비록 ‘부장’은 아니지만 ‘차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는 처지라, 책 속의 김 부장에게서 금세 공감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은 문체가 읽기에 매우 경쾌하고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솔직한 속마음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리얼리티
김 부장은 사회적으로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겉으로 보기에는 건실한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이 이룬 성공의 껍질 뒤에 숨어 있는 허상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꼰대이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더 똑똑하게 재테크에 성공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장면, 승진에서 밀리거나 조직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목격하거나 겪어봤을 법한 현실이긴 하지만 김부장은 그 정도가 쫌(?) 심하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재테크에는 거의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는데, 결국 상가 분양 사기를 당하며 삶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김부장이 좀 유별난 꼰대이긴 하지만, 그가 겪는 현실들은 100%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특히, 김부장이 부동산과 주식에서 번번이 무지한 선택을 하는 모습들은 평범한 우리네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비록 상가 분양 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런 집을 샀어야 했는데", "그때 대출을 받았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 한번 안 가져본 이가 어디 있겠는가?
2. 휴머니티
김 부장은 세상 물정 모르는 극강의 꼰대 캐릭터이자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인물이다.
그러나 상가 분양 사기를 당하고 정신과 치료를 거치며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스스로를 성찰하며 환골탈태, 재기해 나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훈훈함을 선사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의 주변에 아주 괜찮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점이다.
아내와 아들은 물론이고, 직장 동료와 친구들, 사촌들까지. 그에게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건네고 응원을 하는 이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은 그가 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그는 자식 농사와 아내 복만큼은 거의 로또 수준인 인물이다. 흐흐
그러고 보니..
인복 많은 김부장이야말로 인생의 승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을 둔 사람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진정한 위너는 김부장이다!
우리는 어떤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부동산, 주식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가 계급과 평판을 좌우하는 이상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씁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동시에 효율적인 투자 안목의 필요성과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도 일깨워 준다.
나 역시 얼마 전 어렵게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적지 않은 대출을 끌어온 상황이라 책 속 이야기가 더더욱 와닿았다.
미래가 불안하고 헤쳐나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에서 김 부장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나도 김부장처럼 해피엔딩이길 바랄 뿐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나 같은 중년 직장인들은 물론,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볍지만 인사이트가 있고, 웃음 속에서 묵직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곧 JTBC 드라마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책을 먼저 읽고 본다면 더욱 재미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