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출신이나 학력, 외모에 관해서도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식하는 면이 있었다.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 타게 지음, 인플루엔설]
책, 미움받을 용기. 책에 등장하는 청년은 행복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을 짊어진 체 지내던 그는 ‘세계는 단순하며, 인간은 당장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한 철학자를 찾아가 그가 주장하는 지론(인생 앞에 놓인 모든 문제가 단순하다)은 옳지 않으며 그것을 철회하겠다고 언포를 놓는 대화로 시작한다.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대화주제 “세계는 아주 단순하며, 인간은 오늘이라도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 주제에 대해서 철학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간은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가?
최근 몇 년을 나와 내 아이를 괴롭히던 A로 인해 괴로웠다. 온 동네아이들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A는 내 아이가 누구랑 노는지 염탐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 아이가 오늘 토끼랑 놀면 2~3일 사이 토끼랑 A의 딸이 함께 놀고 그 사진을 꼭 카톡프로필에 장식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집에 어린 동생이 있는 아이가 놀러 와 빌라출입구에 유모차를 세워놓았다. 근데 그 유모차를 보더니 그 빌라에도 어린아이가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빌라에는 어린아이가 살면 안 되는 것인가? 듣기 불편한 말이었다. 불편한 우연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생기니 점점 그 의도에 의심이 생기고 화가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선을 넘는 A. 내 아이가 친구 2명이랑 같이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데 여름방학 끝자락 우연히 만나서 한다는 말이 “여자아이 셋은 함께 놀면 안 되는 거 아시죠?”였다. 그리고 그다음 행동은? 그 멤버 그대로 노는 멤버가 구성되었다. 이제 겨우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들도 잘 사귀고 있는데 아주 재미없는 장난질을 쳐댔다. 마음에서 멀어지면 끝이 날까 싶어 신경을 끄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2023년 여름, 무더운 여름. 운동할 때는 에어컨을 절대 틀어주지 않는 태권도장에 다니며 매일 한 시간씩 운동도 하고, 만보 걷기를 하며 걷는 시간을 점차적으로 늘려갔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깊은 수면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니 몸의 고단함이 불면증을 가볍게 이겨주었다. 덕분에 체중감량에도 성공했고 A의 존재가 잊히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사이 아주 감사하게도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두 명의 적. 둘째 친구 엄마들. 아이친구엄마는 내 친구가 아니다는 명언을 잠시 잊은 채 둘째 아이가 입학한 어린이집에서 만난 그 둘과 꽤 친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었었다. A에게 어떻게 구워삶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있던 단톡방에서 나간 둘은 나를 한 단톡방에 초대해 본인들 할 말만 하고 그 단톡방을 나가는 유치함을 끝으로 알고 지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이로 남았다.
이러한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땐, A의 작전이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그 둘과의 관계를 그전부터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겠지. 이미 그전부터 그 둘은 나에게 지켜야 할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같이 간 대형마트에서 속옷을 집어든 나에게 무슨 속옷을 브랜드를 입느냐 본인은 시장에서 싼 거 사서 입는다라는 얼토당토않은 발언들을 하는 사람들을 아이친구 엄마들이라 나의 아이에게 해가 될까 억지로 잡고 있었던 상황이라 그리 미련이 남지 않는다. 단 한 가지 뒷말을 너무 많이 하는 그들의 태도가 불편할 뿐이지. 근데 단톡방폭발사건을 통해 그들 스스로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할 유치한 인간들임을 증명해 주었기에 그들의 뒷말은 가볍게 무시하련다.
현재 나의 아이친구엄마의 관계는 아주 개판이 되었다. 이 상황은 내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어떤 액션을 취하느냐의 결정권은 오로지 나의 권한이다. A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나와 내 아이를 힘들게 했을 때 나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아이친구 관계에 대해 신경 쓰느라 바늘에 살짝 찔리는 정도의 자극에도 손가락이 부러진듯한 고통을 느끼는 초예민 상태였다.‘내가 손쓸 수 없는 것들에 무력감을 느끼며 힘들어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엔 밤새 끙끙 앓으며 잠 못 이루는 나날들을 보내고 우울증 약의 강도를 높여가며 버텼다.
매일 4시간을 걸으며 A와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다이어트성공이라는 결과물로 바꾸어보니 알겠다.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보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