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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Mar 05. 2022

겨울의 끝자락에서.

그곳의 봄은 더 아름답기를

"엄마, 안녕?"

엄마가  그곳에도 봄이 오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곳은  1년 내내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이곳에서 아팠던 그 시간을 치유받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 이곳에도 봄이 오고 있어. 이제 곧 엄마가 좋아했던 집 앞 벚꽃나무에 연한 핑크빛 꽃잎들이 흐드러지게 피겠지? 엄마가 아프기 전에 벚꽃들이 핀 집 근처를 걸으며 같이 사진 찍었던 거 기억나? 그 사진들을 보면 평소에 왜 같이 여행을 안 다녔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와서 마음이 아프곤 해. 더 좋은 곳을 더 많이 함께 다녔으면 간직했을 추억들도 많았을 텐데 그런 추억들이 손에 꼽을 정도라서 엄마가 작년에 먼길을 떠난 후, 벚꽃나무를 보았을 땐 벚꽃나무의 꽃잎들이 내 마음에는 돌덩이들이 되어 떨어지는 듯했어.


엄마가 떠나가던 날은 둘째의 첫 번째 생일 전날이었어.

덕분에 같은 공간에서 둘째의 생일을 함께할 수 있었네. 비록 서로 눈을 바라보며 축하의 분위기는 낼 수 없었지만 둘째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죽어서라도 함께하고 싶어 하필 이날 그 먼길을 떠났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죽음은 산 사람들에게는 끝이라는 의미가 짙지만 아파서 침대에만 누워있던 엄마에게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었겠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둘째의 생일 전날은 이 생에서의 엄마의 끝이었지만 생일날은 그곳에서의 첫 시작이었으리라 믿어. 좋은 날이니 만큼 엄마가 좋아하는 예쁜 꽃들이 만발하는 곳에서 화려한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길.


화창하고 눈부신 따스한 햇살과 함께 시작되는 봄.

봄에는 겨우내 꽃봉오리에서 잠자고 있던 꽃들이 피며 향기로운 향기로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해주지. 이제 7살이 된 하리가 새로운 반에 올라간다고 너무 좋아하고 있어. 내년에 학교에 갈 때는 어떨까? 아마 엄마도 하리가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을 거 같아. 예쁜 가방이랑 옷도 사주면서 좋아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상상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비록 엄마와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것들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슬퍼만 하진 않을게. 올해 시작되는 봄에는 엄마가 좋아했던 예쁜 연분홍빛 벚꽃잎들을 마음껏 즐기며 보낼 거야. 엄마가 나에게 말로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온몸으로 알려준 사랑은 자식이 아파하는 것보단 활짝 웃으며 행복하길 바라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노랑, 초록, 파랑 알록달록 예쁜 봄날을 사랑하도록 노력할게.


겨울이 지나 봄이 왔을 때 봄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매서운 추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 이곳에서의 마지막이 매서웠던 만큼 그곳에서 맞이하는 엄마의 봄은 벚꽃나무의 꽃잎들처럼 아주 많이 아름다웠으면 해. 먼 훗날 다시 만나면 그곳에서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두 손 꼭 잡고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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