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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Sep 30. 2022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행복해지는 방법 하나, 좋아하는 것 찾아보기.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에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아야 알려줄 수 있을 텐데 불행히도 나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랐다. 정확히는 내가 행복한 건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존감이 회복된다는 말과 행복해진다는 말은 같은 의미였다. 『자존감 수업』 윤홍균, p11]

자존감의 상처가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것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조차 시도하지 않았었다. 집에 오면 텔레비전만 보았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엔 친구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텔레비전 보는 것 이외엔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귀찮아서 그랬던 건 아니고 일종의 무기력이었던 것 같다.

하교 후에는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없으니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는 건 나의 마음인 것을 몰랐다. 집이라는 안전한 곳에 머무르는데도 불구하고 바보같이 스스로도 나를 24시간 왕따라는 프레임에 가둬 두고 괴롭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지우개로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왕따의 기억보단 내가 치약 맛이 나는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이 더 후회가 된다. 먹어 보기 전엔 결코 그 맛의 매력을 알 수 없는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 물면 양치를 한 후 치약거품을 입에 머금은 채 초콜릿을 먹는 듯해서 불호가 많지만 나는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한다.

어느 날 친구와 약속이 있어 간 커피숍에서 민트 초코칩 음료를 주문했다. 딱히 이유는 없었지만 그날은 그것이 먹고 싶었다. 매번 복숭아 에이드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이 익숙한 음료를 먹어온 나로서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워낙 불호가 강한 음료이기에 한입 맛보고 버릴 각오로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주문한 민트 초코 음료를 맛보았다. 박하 맛이 느껴진 후 바삭하고 달콤한 초콜릿 칩을 깨무는 맛과 느낌이 생각보다 좋았다. 민트와 초코라는 언뜻 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은근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그렇게 나는 민초파가 되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면 그 감정들을 민트의 시원함으로 날려버리려고 나는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씹어 먹는다. 박하 맛 끝에 오도독 씹히는 초코칩은 언제나 달콤하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집이 어딘지, 무엇을 했는지 등 사소한 관심이 번져 존경과 사랑이 싹튼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똑같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중략) 나를 아는 만큼 사랑 능력도 커진다. 『자존감 수업』 윤홍균, p35]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행복해지고 싶었었다.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원하기만 해서 행복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나는 지난 아픔을 글로 쓰면서 힘들 때면 내가 좋아하는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살면서 또다시 걱정과 두려움을 만나면 힘들어하는 대신 나만의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찾아보려 한다. 내가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Q. 좋아한는 것 10가지를 적어보세요.그중에서 힘들때 하면 기분좋아지는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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