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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30. 2020

남과 함께 산다는 건 I


두바이에서 나는 세 개의 다른  승무원 숙소를 거쳤다. 회사에 조인하고 첫 번째로 배정받은 시내의 멋진 빌딩에서는 영국 여인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둘 중 한 명은 곱기도 곱지만 마음이 참 따뜻했고 동시에 본인의 인생을 참 화려하게 즐기는 언니였다. 쉬는 날 밤 파티에 나가는 그녀의 패션과 진한 향수의 향기 앞에서 잠옷을 입고 잘 준비를 하던 나의 모든 상황들이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언제 그녀가 같은 나라에서 온 남자 친구를 초대했는데 꼬마 여자아이도 함께 왔다. 여자아이는 그녀를 남자 친구를 아빠라고 불렀다. 그녀는 그 여자아이에게 진심으로 참 잘해 줬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본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페이스북으로 간간이 소식을 공유하는 그녀는 어느 날 가족사진이라는 글로 사진을 하나 업로드했는데 사진 속에는 새로운 남자 친구와 그녀, 그리고 두 명의 꼬마 사내아이들도 있었다. 그녀는 종종 그 꼬마들과 게임도 하고 즐겁게 노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최근 그녀는 임신 소식을 알리며 이 뱃속의 아기가 두 명의 오빠들(혹은 형)을 어서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우리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하던 날이 떠올랐다. 내가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녀는 진심을 다해서 나를 위로하고 긍정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마법이라며 방에서 책 하나를 꺼내와 보여주었는데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시크릿 책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 책을 읽고 곱씹으며 주문을 외우듯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며 자신의 감정 기복을 컨트롤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그녀는 회사에서 내가 몇 번 만나보지 않은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영국 여자이다. 본인을 위한 ‘건전한 액션’이 있다는 건 사실 참 좋은 습관이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 그녀만의 마법을 넘어 진리를 찾는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건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녀 뱃속의 작은 아가와 그녀의 앞날을 축복한다. 그녀의 인생길에 신이 동행해 주시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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