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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30. 2020

남과 함께 산다는 건 II


첫 번째 빌딩의 계약 만료로 인해 나는 두바이 외곽의 새로운 빌딩으로 이사해야 했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나무톤의 가구들은 이곳이 시내와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곳에서 나는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니를 만났다.


나는 금방 스테파니와 친해졌다. 그녀는 특유의 유머로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 줄 알았다. 보통의 이탈리안처럼 그녀는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온 집을 커피 향으로 메워 나를 기분 좋게 깨웠다. 우리는 숨기는 것 없이 사생활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어느 날 늦은 밤에 그녀가 누군가와 함께 집에 들어왔고 나는 그날 아침 고소한 커피 향이 없이 깨어났다. 방문을 나서자 그녀 방문 앞에 낯선 남자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내가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신발과 함께 이미 떠나고 없었다. 오직 그녀 혼자 느지막이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한 우리는 보통 연애의 설렘으로 가득 찬 여자들의 설레발이나 기쁜 에너지가 없었다. 그녀는 어젯밤의 선택에 대해서 허무하다고 말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다.

우리는 때로 불필요해 보이는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고 후회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정의 내리지는 못한다. 지난날에서  교훈을 얻고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거쳐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으니까. 굳은살은 보기에 이쁘지 않지만 때로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나는 그저 우리 젊음들이 술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져 발생한 허무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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