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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30. 2020

작은 외출


날씨도 좋은데 일찌감치 일어나 모스크바 시내에 나가 좀 걸을걸 그랬나 보다. 몇 번 다녀온 탓에 이번에는 그냥 호텔에 있자며 혼자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내려왔다. 수영을 하려니 물이 상당히 깊어서 그냥 비치 의자에 길게 누웠다.


같은 호텔 안에서 아래로 층만 조금 이동했다고, 갑자기 내 뇌도 다르게 움직일 수 있나 보다. 호텔 방안에서는 아무 생각하기 싫고 그저 예능이나 보며 넋 놓고 싶었는데, 그래도 수영장으로 나와 다른 공기를 마시니 뇌가 계획이라는 걸 하자고 모드를 바꿔준다.


내가 지금 어느 시점에 와있는지, 차근차근 마음 정리가 된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보다.


답답할 때 동네를 산책하는 일

복잡한 마음을 종이에 일기 쓰듯 막 써보는 일

친구와의 편안한 수다

아침엔 아침밥 점심엔 점심밥 저녁엔 저녁밥

식물에 물 주는 일

빨래 후 깨끗해진 수건 접어 놓기

짧게라도 기도하기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그 행동에는 사실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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