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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Aug 28. 2019

유엔에 암약하는 일본 극우의 교두보, ICSA의 실체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로 이름이 알려진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李宇衍)'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1차 '유엔 인권이사회' 비정부기구 일반토론에서 '국제경력지원협회(ICSA)' 소속의 연사로 발표했다.


그는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표를 90여 초간 이어가며 일제강점기 ▲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납치되어 노예처럼 일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며 ▲ 많은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에 노동을 하러 갔고, ▲ 임금의 수준도 공평하고 또 매우 높았으며 자유롭고 쉬운 삶을 살았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26일(월), <YTN>에 의해 재조명했다. <YTN>은 <반일 종족주의' 학자의 민낯..."日 극우 지원받았다">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게재, 이 연구위원에게 UN 발표를 제안하고 비용을 댄 것이 일본 극우단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단체 '국제경력지원협회(ICSA)'에 소속된 '후지키 슌이치(藤木俊一)'가 그러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해당 보도에 대해 반론했다. 이 연구위원은 26일(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지키(藤木)씨가 내 여비를 지급한 것처럼 보도되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돈을 지불한 것은 '일본역사논전연구소'라는 민간 연구소이며, 이 행사를 위한 비용은 모금으로 조성되었으며 <국제경력지원협회는(ICSA)>는 자신의 소속 단체이자 유엔 경제이사회의 NGO 중 하나로 자신은 그 회원의 자격으로 발표했다 고 반박했다.



이러한 이 위원의 반론 취지를 요약하자면,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 발표에 일본의 극우 인사 '후지키 슌이치'씨가 여비를 대거나 자금을 지불한 등의 사실은 없으며 <국제경력지원협회(ICSA)>는 유엔 경제이사회에 조언(advice) 할 수 있는 NGO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일본역사논전연구소가 '후지키 슌이치'와 관계가 없는, 또 극우단체와는 결이 다른 민간단체로 비친다. 또 <국제경력지원협회>가 <YTN> 등의 주장대로 극우단체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에 필자이 연구위원이 직접 언급한 '일본역사논전연구소'와 극우인사 '후지키 슌이치'와의 연관성을 알아보고 이러한 국제여론전을 펼치는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실체에 대해 조사해봤다.


이 연구위원 여비 지급한 <국제역사논전연구소>는 어떤 단체?


이 연구위원에게 여비를 지급했다는 '일본역사논전연구소'의 정식 명칭은 <국제역사논전연구소(國際歷史論戰究所)>다. 이 연구위원은 본 단체, <국제역사논전연구소>가 7월 2일 제네바에서 주최한 '군함도의 진실-전시 조선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참여했다. 당시 이우연 연구위원은 발표자로 군함도에 불법·강제노동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역사논전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일본 내 수구 성향의 학자들이 설립한 극우 역사단체로 '스기하라 세이지로(杉原誠四郞)'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스기하라 세이지로 교수는 일제가 일으킨 전쟁, 전시활동 등을 지지하고 종군 위안부, 난징대학살 등의 만행을 축소·부정하는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7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 같은 대표자의 성향에서부터 유추해볼 수 있듯 <국제역사논전연구소>는 위안부와 강제징용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의 주장을 '허위'라며 강하게 비난한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당히 예민한데, 자신들과 같은 단체들이 진작부터 싸워왔다면 '위안부가 성노예'라는 관념이나 '위안부 소녀상' 등이 세계에 전파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이어 이러한 역사적 비난에 맞서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역사 전쟁'에 나서야 함을 주장하는데 현재도 <유튜브> 등에 군함도 내 조선인 강제징용과 차별 등이 없었다는 왜곡된 영상을 게재해 오고 있다.


극우단체들 사이에서 문어발식 지위 가진 '후지키 슌이치'


그렇다면 이우연 위원의 말대로 여비를 지급한 것은 이러한 <국제역사논전연구소>이며 극우 인사 '후지키 슌이치'는 자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이 없는 인물일까?


공교롭게도 '후지키 슌이치'라는 극우 인사는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임원'인 동시에 <국제논전연구소>의 '수석연구원 겸 이사'로 등재돼 있다. 즉, '후지키 슌이치'는 양 단체에 모두에 임원급 직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국제논전연구소>의 심포지엄과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유엔 발표에 모두 관여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양 단체, <국제논전연구소>와 <국제경력지원협회>에서 임원활동을 하고 있었던 '후지키 슌이치'는 얼마든지 이 연구위원에게 여비 지급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이에, 이 연구위원이 '극우단체와 극우인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YTN>의 추적보도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고만은 볼 수 없다.


국제경력지원협회(ICSA)(国際キャリア支援協会)란?


하지만 위 두 사실보다 흥미로운 것은 <국제경력지원협회>라는 단체의 실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대체 무슨 단체인지 그 '정체성'을 판단하기 힘든 '유령'같은 단체라 할 수 있다.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국제경력지원협회>라는 단체의 성격이다. <국제경력지원협회>는 2002년 '가네코 마사노리'라는 인물에 의해 '특정 비영리활동법인'으로 설립됐다. 이후 2015년 '일반 사단법인'으로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관에 따르면 <국제경력지원협회>는 ▲일반인에 대한 정신 건강 지원  정신 건강 클리닉 및 각종 지원 프로그램 (각종 전문 교육 및 자격) 및 봉사활동 ▲ 관련 고급 인재 육성 등의 사회·교육활동을 추진하는 단체로 정의돼 있다. 분류된 활동분야 또한 보건 · 의료 · 복지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영역으로 '역사'나 '정치', '국제활동'과는 전혀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 액면으로 봐서는 도저히 이 단체를 '극우'로 분류할 수 없다. 정체가 무엇일까?


홈페이지를 찾아본 결과 이 단체의 정체는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홈페이지의 안내는 거의 '페이퍼 사이트' 수준으로 정확한 정보 따윈 찾아볼 수 없다.(https://www.ngoicsa.center) 당연히 소개되어야 할 설립자·대표, 구성원, 조직, 비전, 인사말 등도 없는 상태. 또 보통이라면 단체의 목적, 활동, 보고서, 연계 사이트 등이 수두룩하게 열거되고 관련 링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자료가 넘쳐날 텐데 이러한 것들은 거의 없었다.



메인 메뉴바는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나마 'HOME'과 'Contact' 항목을 제외하면 실질적 역할을 하는 것은 3개 항목, 메뉴바를 클릭하면 나타나는 부제 링크도 거의 없다. 아래는 홈페이지에 나타난 안내, 링크, 자료에 대한 사항을 보기 쉽도록 정리한 것이다.



 <국제경력지원협회>가 거의 유일하게 홍보하고 있는 것이 '자연의학'(Naturopathy)에 대한 것이다. 타 활동에 대한 자료는 전무한 반면 이 자연의학 분야에 대한 링크나 관련 설명들만은 이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학(요법)을 뜻하는 'Naturopathy'는 화학요법이나 외과 요법 등을 주류로 하는 현대 의학과는 반대되는 요법으로서, 물 ·공기 ·온천 ·광선 ·열 등과 같이 자연계에 있는 물질이나 환경을 응용하는 물리요법을 활용하는 대체의학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자연의학의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해서는 본 기사에서 다루지 않는다. 다만 본 자연의학회 활동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적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자연의학과 관련된 2차 홈페이지의 연혁 등을 확인한 결과 <국제경력지원협회>는 '일본자연의학회'를 '경력형성의 한 부문'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2017년 10월 <국제경력지원협회>가 '일본자연의학회'를 정식 합병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국제경력지원협회>는 자신들의 정체성인 사회활동 부문의 NGO라는 정체성과 활동 영역을 이러한 '일본자연의학회'를 통한 활동들에서 찾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렇듯 홈페이지에 나타난 정보만으로는 <국제경력지원협회>가 극우단체임을 알기 어렵다. 이에 극우단체로서의 단체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이들이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분석해야 한다.


극우단체의 유엔 진출 교두보,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진짜 실체


서론이 길어졌다. 그래서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실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국제경력지원협회>는 극우단체로 분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극우 인사들의 유엔 진출을 보장하는 '얼굴 마담', '창구', 혹은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주전장>에서 위안부 소녀상에 봉지를 씌우는 등 혐한 발언을 이어가 공분을 샀던 미국인 '토리 마라노', 일본 우익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텍사스 대디'로 불리며 찬양받는 이 인물의 홈페이지(블로그)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우리 쪽도(일본 극우단체를 지칭, 기자 주) 기존의 반일좌익(反日左翼)처럼 끈질기게 유엔에 드나들며, 그들의 거짓말과 날조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권 관련(문제)에서는, 전부 NGO로부터의 의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엔에 등록되는 NGO에는, 3단계의 자격이 있고 우리 NGO의 자격은,

'국제경력지원협회'가 자격이 특수자문 자격(Special Consultative Status)으로 유엔의 공간을 빌릴 수 있는 것(발언할 수 있는 것, 기자 주), '나데시코 액션'* 은 현재 로스타 자격입니다.

*나데시코 액션: 일본의 극우 여성단체, '스기타 미오' 등 극우인사가 속해 있으며 위안부가 날조라는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제경력지원협회>를 통해 현재의 NGO 활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토리 마리노는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이름을 빌려 수시로 유엔에 드나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보수 NGO에 대한 유엔의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산케이 신문>에 기고('유엔에 반일의 그림자 ('17.3.27.))하기도 했다.


또 <국제경력지원협회>는 마찬가지로 극우단체인 <위안부의 진실 국민운동 (대표 : 가세 히데아키)> 이나 <부당한 일본 비판을 바로잡는 학자 모임> 등의 유엔 활동을 보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조사한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와 이를 토대로 일본의 사과와 해결을 요구한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 등에 대해 철회를 수차례 촉구해왔는데 이때도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이름과 명목이 사용됐다.


위 단체들은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이름을 빌려 1996년 이후 7회에 걸쳐(2017년 현재) 유엔에 위안부 문제가 날조라거나 '군 전용 공창제도에 불과'하다는 등의 주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제논전연구소> 또한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이름을 빌려 유엔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논전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 11일, 유엔 인권이사회 비정부기구(ong) 발언에서 위안부를 "전시 매춘부(wartime prostitutes)"라고 언급하고 한국 사법부의 강제징용노동자 배상 판결을 비판하며 "당시 징용노동자들이 높은 연봉을 요구하고 스스로의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라는 주장을 전개했다.


실제 이들이 올린 발언영상이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공식적으로는 <국제경력지원협회>의 토론으로 명시되어 있다. 발언자는 앞서 이 연구위원과의 관계를 맺은 극우인사 '후지키 슌이치'. <국제논전연구소>의 수석연구원 겸 이사,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임원인 이 인물은 이런 식으로 극우단체들을 사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한국 비난여론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로선 이들의 활동을 막을 방도가 없다


일본 우익들의 대(對) 유엔활동 창구, <국제경력지원협회>. 이들을 막을 수는 없는 걸까? 양보하여 NGO로서 다른 NGO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정관에 기재된 자신들의 활동 목적, 영역과는 전혀 상반되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행태 또한 다분히 편법적이다. 정작 '국제 경력'과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고 일본 우익단체들이 유엔에 어떤 발언을 하고 싶을 때 '특수자문자격'으로 망언의 교두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로선 <국제경력지원협회>를 통한 우익들의 유엔 진출을 막을 방도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국제경력지원협회>는 실제로도 유엔에서 특수자문자격 (Special Consultative Status)을 인정받은 일본의 NGO다. 이에 그들의 발언 권리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경력지원협회>의 활동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활동 목적과 의도 등이 편법적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증거 수집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의 NGO 단체들이 이러한 <국제경력지원협회>의 실상을 알리고 정당하게 비판해가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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