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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Aug 22. 2019

일본이 잊지 말아야 할 '전함 야마토'의 최후

섬나라 일본이 꿈꿔온 해외팽창과 침략전쟁은 필연적으로 해군의 전력증강과 연계되어 진행돼 왔다. 한마디로 일본 특유의 '해군몽(夢)'이라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고질적 야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베 내각은 집권 이후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고 헌법 개정을 시도하는 등 일본의 군사강국화를 위한 여론을 꾸준히 발전시켜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야심이 한층 더 노골적이고 또 구체적이다. 마치 2019년판 일본의 '해군몽'이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항공모함' 보유를 위한 일본 당국의 정책 추진과 여론의 관심 등을 통해 이를 인식할 수 있다. 


지난 16일,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예산요구안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방위계획 대강' 등을 통해 구상만 갖춰오던 '항공모함화'가 실행단계에 접어든 것을 의미한다. 


이에 <아사히 신문>,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 매체는  「이즈모」의 '항공모함화'에 대한 특집기사를 연일 다루며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직접 「이즈모」를 탑승해보고 승무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함내 생활과 의식주를 재미있게 소개하기도 한다.

더불어 올해는 항공모함을 주제로 한 영화들까지 개봉했다. 5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항모 이부키 (空母いぶき)」 는 타국의 군대에 무력 점거된 섬을 탈환하기 위해 '자위대'가 첫 실전을 경험하는 줄거리로 일본 정부가 전후 최초의 '방위 출동'을 명령하고 자위대는 무력에 의한 반격을 시작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즉, 전수방위를 위해서는 '항공모함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르키메데스의 대전(アルキメデス の大戰)」이 개봉('19.7.26.)해 절찬 상영 중에 있다. '아르키메데스'라는 학자의 이름에 얼핏, 과학영화인가 싶어 보이지만 실체는 2차 대전 당시 전함 야마토의 건조과정을 둘러싼 갈등을 그린 영화다. 이 역시 결론적으로는 일본의 입장에서 바라본 태평양 전쟁, 그에 대한 정당화 논리를 피할 수 없다.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인 '야마자키 다카시'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한 영화 「영원의 제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군국화 앞에 무너지는 원칙들

일본의 현재와 같은 상황은 태평양 전쟁의 전운이 감돌던 1930년대와도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일본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으로의 침략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에 세계 최고의 해군력을 보유하고자는 구상을 가지게 된다. 특히 영국과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독자적인 해군력이 절실했는데 결국 일본은 1937년, 자신들의 군비를 억압하고 있던 국제조약, <런던 해군군축조약>을 대번에 탈퇴하는 등 강수를 두기에 이른다.


1930년대 당시 일본의 군사팽창을 억압하고 있었던 것이 이러한 '해군군축조약'이었다면 2019년 일본의 군사팽창을 억압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평화헌법'과 '전수방위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군대의 보유와 무력의 행사를 금지한 '평화헌법'과 상대방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이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수방위의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전투기를 탑재하여 이·착륙시키는 항공모함은 타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형 무기로 인식되고 있기에 보유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의 선택도 80년 전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아니, 항공모함을 보유하여 전수방위의 원칙을 무력화하겠다는 선택은 이미 상당히 진행이 돼 버린 상태다. 겉으로는 전수방위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보유하고 있는 전력의 내실은 이미 타국을 충분히 공격하고도 남을 정도로 갖추어 나가는 것이 일본 당국의 술수다. 내실이 갖추어진 뒤, 따라오는 법이나 관련 규정을 바꾸는 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지난 2015년, '집단적 자위권'도 그런 식으로 확보한 일본이 아니었던가.


21일,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이즈모 등) 항공모함의 보유는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며 '공격형 항공모함이 아니'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공격형 항공모함이 아니라면서 F-35B와 같은 최신 전투기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개조를 진행한단 말인가?


「야마토」와 「이즈모」

80년 전 일본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 보자. 1937년의 일본이 해군군축조약을 탈퇴하고 시도한 군비 팽창의 결과 만들어진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전함 「야마토(大和)」다. 취역 날짜는 1941년 12월 16일, 세계 해군 역사상 유례가 없던 거대한 전함이 일본 히로시마현 앞바다에 등장한 것이다. 일본제국 군부의 야심작인 이 괴물은 이날 역사적인 취역을 거쳐 1942년 미드웨이 작전에 첫 출격의 닻을 올렸다.

이대로라면 우리도 2020년대 현대판 '전함 야마토', '항모 이즈모'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이즈모」는 아베 내각의 군사강국화를 대표하는 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함'과 '항공모함'은 기능과 제원, 활용 목적이 전혀 다른 차원의 장비다. 그러나 둘의 진정한 공통점은 전쟁에 대한 야심을 무리하게 반영한 '기형적 장비'라는 점과 '군국의 상징'이라는 점에 있다. 전함 「야마토」는 아직도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 우익적 역사관을 드러내는 콘텐츠에 등장하며 왜곡된 역사관과 전쟁의 미화를 주도하고 있다. 먼 미래, 「이즈모」가 그러한 상징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특정한 군사장비의 보유는 국민의 정서적 결집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야마토」가 과연 어떤 최후를 맞이했냐에 대한 것이다. 「야마토」는 역사상 최대의 전함이었지만 거대하기만 했을 뿐 엔진, 레이더, 사통장치, 포신 안정장치 등 부분에서 기술력이 부족했고 성능도 떨어졌다. 야마토는 항공기의 좋은 표적이었고 함포 사격은커녕 회피기동 하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야마토는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한 해전 패러다임에 뒤떨어진 구 시대적 장비였다. 2차 세계대전 내내 거의 '망신'에 가까운 초라한 전과를 올리는데 그친 야마토는 결국 1945년 4월 7일 규슈 남서쪽 해상에서 침몰한다.


항공모함 「이즈모」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전함 야마토의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길 바라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자신만만해 보인다. 바로 3달 전, 미·일정상회담(5월 27일)차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을 이즈모형 호위함 '카가(かが)'에 승선시킨 뒤 아베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본함을 개조하고 함재 전투기를 탑재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기여해나갈 것"


아시아 지역의 평화에 기여하긴 커녕 전수방위의 원칙을 파기한 일본의 항공모함 「이즈모」가 동해 바다에 떠 있을 상황이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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