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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Sep 10. 2019

조국 이슈로 강제징용 문제 엮어보겠다는 산케이의 무리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국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산케이 신문>이 이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10일, <산케이 신문>은 '한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 「법의 지배」 원칙으로 돌아가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삼권분립에 의한 한국의 법치 체계와 대통령의 인사권 등에 대해 비판했다.


산케이는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혼란은 한국 정부가 사법부를 '자의대로 운용한 것'에서부터 초래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과 다르지 않은(同根) 불합리한 사례라며 '초점 흐리기'에 나섰다.


특히 산케이는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즉 '국제법'을 위반한 전형적인 예이며 이는 국가권력도 법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법의 지배' 원칙을 한국이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기위한 주요 요소인 법치를 한국 정부가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관한 이슈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이슈를 연결 지으며 한국 사법부의 공정성 자체를 훼손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산케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산케이는 강제징용 판결을 확정 지었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탁(拔擢)'한 인사였음을 강조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확정 짓지 않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체포되어 있음을 비교,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 이와 같은 산케이 신문의 사설은 헌법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삼권분립과 대통령과 국회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와 선동적 의도에서 비롯된 주장들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법부의 영역에 속하며 2005년 이후 4개 정권, 14년에 이르는 절차적 숙고를 거쳐 판결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행정부의 영역에 속하는 장관 인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한국 정치의 악폐습을 판단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 대법원장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지만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거쳐 임명'하게 되어 있으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탁, 또는 '강행 임명'할 수 있는 장관과는 차원이 다른 인사다. 산케이는 이러한 임명절차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한편 산케이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인용하기도 했다. 산케이는 한국 정치가 사법에 개입하려는 악폐습을 가졌으며 전 대통령들이 수사의 대상이 되어왔던 사실을 언급, 그 연장선상에서 '노무현씨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아무런 논거도 없이 타국 사법부를 비난하고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정치적 통사를 들추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법부(법원)와 행정부(법무부, 검찰청)의 영역을 구별하지 못하는 산케이 신문의 몰상식은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런 식의 무리한 '엮어 넣기'를 통해서라도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몰려 있는 일본 우익의 심정이 비친 듯 보이는 면도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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