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천상병의 <회상(回想) >
천상병
그 길을 다시 가면
봄이 오고
고개를 넘으면
여름빛 쬐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가을이 낙엽 흩날리게 하고
겨울은 별 수 없이
함박눈 쏟아진다.
내가 네게 쓴
사랑의 편지
그 사랑의 글자에는
그러한 뜻이, 큰 강물되어 도도히 흐른다.
답시(答詩) to..
그때 그때
분명 그때, 편지에는
제법 그럴듯한 구애의 표현을 썼었지요.
편지는 읽혀졌을까요?
이제사 돌이켜보면
그랬었는데 하는
덤덤한 회환만 어스레히
깔려있고요.
그때, 가고 넘고 돌아오는 길에
계절을 따라 커져간 내 연심들은
어디 가슴에 담겨져 웃고 있나요.
계절은 품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