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들

태풍 속 조국 사태를 바라보며; 20190906

by 전영웅

조국이 장관이 되건 말건,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가 사법개혁을 제대로 해 낸다면 다행이면서도 당연일 뿐이다. 그 안에서 내가 느낄 건, 일종의 카타르시스일 뿐이다. 나 역시도, 뭔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결론 내지 못한 여러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 간접적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 것들과 앞으로 일어날 그런 일들에 대해 속 시원한 결론을 낸다면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그 반가움은 정상이지 않았던 과거에서 벌어졌던 현상들에 상대적으로 느끼는 그런 감정이지, 실은 당연함에 아무렇지 않을 일들인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이런 것이다. 배고파서 빵을 훔친 자에게 엄정한 벌을 내리는 법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수백수천 명을 속이고 피해를 입힌 사업가에게 국가경제의 중요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관대하지는 않을까.. 우리는 여전히 그런 차이와 차별 아래에서 살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누구도 건들 수 없는 폭력의 정점에서 휘두르는 그런 불공정과 부당함을 여전히 직시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까..


법의 공정과 정의가 조국이라는 인물 때문에 되려 가려지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건 카타르시스일 뿐,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기저에 존재하는 근원의 불공정과 부당한 차이에 대해서는 시선을 두지 않는다. 사실 그것이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좀 더 가깝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선일 텐데 말이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모든 현상들.. 586 세대가 이제껏 가꾸어 놓은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허탈과 분노는 어쩌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다. 합법의 틀 안에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사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저들이 할 수 있는 말은 ‘합법적’이고 ‘문제없었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법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들쑤셔놓았다.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우리가 가 닿을 수 없는 ‘그들만의 카르텔’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그대로 사회구조 안에 존재하는 계급 차이의 실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국이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논쟁 이면에, 우리는 우리의 각박함과 버거운 발버둥이 어째서인가에 대한 조금은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버렸다. 조국 사태가 건네 준 하나의 수확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사회의 상위계급은 진화했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듯이, 무례하고 막장인 재벌 2세나 3세의 그런 모습은 아니다. 그런 이들은 이미 시대의 뒤꼍에서 추레한 모습으로 가진 돈이나 즐기고 있을 뿐이다. 지식과 교양을 겸비한 상류층은 좀 더 지적이고 온화한 모습으로, 자신이 가진 자본과 관계를 활용하며 그들만의 카르텔을 공고히 한다. 그것이 하나의 계급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진다. 그런 이들이 만드는 제도 역시 세련되고 온화하겠지만, 점점 벌어지는 계급 격차 사이에 놓인 좁고 보기 좋은 사다리일 뿐이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놓아둔 사다리를 걷어차는 순간, 자신들의 견고한 카르텔에 심각한 위협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사다리를 오르는 이들을 환영하되, 그들이 발을 디딘 상층부에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이들을 최소화할 것.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계급과 카르텔을 점점 더 확고하게 규정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조국을 포함한 586 세대의 의식 속 욕망일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포퓰리즘 : 201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