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스마트폰을,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조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빠 역시, 현대 사회 안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필수라 생각하며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동시에, 일종의 놀이도구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그렇게 활용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그리고 너희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는 것을, 아빠 어렸을 적 서랍 속 동전들을 긁어모아 오락실에 가서 열심히 버튼을 두드리던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락실 게임기 앞에 앉아 열심히 조종간을 움직이고 버튼을 눌러 신기록을 세우겠다는 열의와 고도의 집중력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의 몇 안 되는 재미와 추억의 하나였다. 오락실은 어쩌면 아빠의 어린 시절, 필요한 공간이었을지 모른다.
아빠 역시, 오락실에 다니면서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락실에 갔다는 사실을 들키면, 매를 맞기도 하고 심히 혼나기도 했었다. 서랍 속 동전들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할머니가 아빠를 엄청나게 혼냈었다. 그것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생긴 백 원 동전 두어 개에 기분이 들떠서 열심히 오락실로 뛰어갔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찰나, 멀리서 교장선생님으로 생각되는 어른이 보였다. 당시 아빠가 다니던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은 매우 엄격해서 학생들을 직접 불러 혼내기도 했었다. 아빠는 고민했다. 들어갈까 말까.. 조심하자 싶어 오락실에 들어가지 않고 옆의 뒷골목으로 들어가 가만히 서 있었는데, 골목 바깥 큰길을 걸어 지나던 어른은 정말로 교장선생님이었다. 하마터면 집과 학교 전체에 소문이 날 정도로 혼이 날 뻔한 것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교장선생님이 저만치 가 버린 것을 확인하고, 아빠는 오락실에 들어가서 그날 손에 쥔 동전을 모두 쓰고 나왔다. 다음날 아침 학교 교장선생님 훈화 시간에는, ‘어제 퇴근길에 한 아이가 오락실에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훈훈한 모습을 보았다.’는 아름다운 미담이 학교 전체에 소개되었다.
아빠 어릴 적 오락실은 그런 곳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유혹의 공간이었지만, 어른들에게는 통제의 공간이자 골칫거리였다. 그게 30년을 더 넘어와서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스마트폰은 너희들에게는 유혹이자 환상의 기기이지만, 너희를 바라보는 어른들에게는 통제의 기기이자 골칫거리인 도구이다. 아빠 역시 네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모습을 모면 골치가 아프긴 하다. 그렇지만, 아빠는 스마트폰을 무조건 통제해야 하는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네 입장에서는 아빠의 생각이 다행스러울 것이다.
아빠는 너의 생각이나 절제를 항상 믿고 있기에, 너의 모습을 당장 무어라 하기보다는 좀 더 기다리자 항상 다짐한다. 그렇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스마트폰과 연관된 문제들이 아빠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그런 문제가 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아빠는 좀 더 깊고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너의 행동들이 학교와 엄마를 통해서 아빠에게도 전달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아직 그렇게 통제받고 돌봄 받아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들리는 소식들이, 너에게 항상 긍정을 보려 하는 아빠의 생각에 그늘을 드리우지 않았으면 한다. 아빠는 여전히 너를 신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단순한 작은 문제들이 쌓여서 아빠의 신뢰에 그늘이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문제는 약간의 통제와 조건들이 붙을 수밖에 없겠다. 네가 말하는 ‘몰폰’은 이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한다 하더라도, 그게 학교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면 너 한 사람이라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엄마와 외삼촌과 약속하거나 어른들이 정해준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반드시 지켜라. 네가 내년이면 바꿀 아빠의 스마트폰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아빠의 생각은 좀 더 엄격해졌다. 네가 그곳에서 보이는 행동들과, 아빠가 스마트폰을 바꾸기 직전까지의 너의 모습을 보고, 아빠의 폰을 너에게 줄지 말지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아빠의 폰이 너에게 가더라도, 아빠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을 너에게 걸 것이다. 그것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에 따라 네가 사용할 스마트폰의 종류는 달라질 것이다. 명심하거라.
한국엔 중국에서 황사가 넘어오듯, 거기선 인도네시아에서 헤이즈가 불어온다. 며칠 탁한 공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맑은 공기 바라고 그곳으로 간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더구나. 오래 그러지는 않겠지.. 그리고, 네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좀 더 세워도 된다. 너에게 다가오는 놀림과 비난은,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차단해라. 그래도 차단이 되지 않는다면, 네 스스로의 힘을 믿어 보아도 좋다. 아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이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