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51. 20191016

by 전영웅

라이 녀석과 함께 가을 산책을 다녀왔다. 라이에게는 조금 길고 먼 산책이었지. 새별오름을 오르고 곽지 한담 해변을 걸었으니까. 예전이었다면 벌써 멀미로 구토했을 녀석인데, 이번 산책에는 잘 버티더구나. 새별오름까지 가는 내내 아빠는 녀석이 멀미를 하지 않을까 신경 쓰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장전에서 점심을 하면서 좀 쉬고, 천천히 오름까지 가니까 멀미 징후조차 없이 잘 도착했다. 오름에서 신이 난 건 당연했고, 사람들이 예뻐해 주니까 스스럼없어 다행이었다. 곽지까지 차를 모는 일도, 한담에서 다시 집까지 오는 일도 조심스러웠다. 해안도로를 따라 집으로 오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높낮이가 있는데, 잘 참아낸 걸 보면 라이도 이제 많이 컸고 적응도 가능해진 듯하다. 한 편으로는 아빠가 그간 운전을 너무 험하게 했었나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너도 함께 다녀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엄마와 함께 자주 했다. 가을볕은 쨍하고 억새는 점점 절정으로 향하고 라이는 신이 났는데 너는 없더구나. 아마도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그 시간에 친구들과 즐거웠을지 궁금하고 아쉬웠다. 학기 중간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가는 아침의 영상통화에서, 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과 익숙한 말투로 모습과 목소리를 보여주니 고맙게도 잘 지내주는구나 싶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은 항상 우리의 머리를 가득 채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가장 근원적이지만 너에겐 아직 어려울 듯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라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쉽고 간결한 재미를 주는 질문까지 말이다. 너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게임시간을 늘릴 수 있게 엄마 아빠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할지 모른다.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너를 가르쳐야 좋을까.’ 너를 보며 고민한다.


네가 돌아오면 중학교 진학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는 중학교는 많다. 네가 일반 중학교로 진학하여 잘 지낸다면, 한국의 교과과정을 거치며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어를 좀 더 깊이 파고,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신경을 쓰려고 한다. 학교 공부와 입시에만 너무 치우치는 건 아빠가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너는 국제학교 진학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아빠는 너의 그런 고민을 존중한다. 다만, 너의 분명한 의지와 준비가 필요하다.


네가 그곳에서 공부한 것들에 이제 좀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찰나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조금 아까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빠의 생각은 이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생활은 중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빠는 네가 집에 머물면서 네가 할 수 있는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중학교 진학을 한 다음 공부하면서 네가 가고 싶은 학교, 하고 싶은 공부들을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만일 네가 국제학교로 가고 싶다면 엄마 아빠에게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고, 일정에 맞춰 준비를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너의 의지이다. 너의 의지대로, 다짐을 하고 준비를 하거라. 아빠는 너에게 ‘그것은 안된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너를 존중한다. 다만, 너의 의지와 노력을 분명하게 보고 싶은 것이다.


이 편지는 아무래도 아빠가 너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이니 당연히 아빠만의 생각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에게 분명히 이야기하고, 그렇게 상의해서 너의 의지를 보여주거라. 다시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너의 의지이다. 많은 질문과 생각을 보여주고, 너의 의지를 말해주길 바란다. 아빠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너의 생각을 존중한다. 너는 이제 너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나이이다. 존중받는 만큼, 당당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전 20화아들에게 50. 2019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