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3.

제주에서의 농어 낚시

by 전영웅

에깅 낚시가 정적과 차분함이라면, 농어 낚시는 거친 긴장감이다. 북서풍이 거칠게 부는 늦가을의 어두운 밤에 나는 장비를 차에 싣고 바다로 나간다. 물이 들어오지 않는 방수 바지를 입고 미끄러지지 않는 갯바위 신발을 신었다. 바람을 막아 줄 두터운 옷과 모자, 그리고 어두운 갯바위를 비추는 작은 랜턴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농어 낚시는 한 곳에서만 하지 않는다. 파도가 조금 거칠게 이는 밤의 들물 시간에 맞추어, 미리 생각해 둔 지역들을 다니는 분주한 낚시이다.

농어 낚싯대는 에깅 낚싯대보다 더 길고 탄탄하다. 줄도 더 굵고 질기다. 사용하는 루어는 작고 기다란 물고기처럼 생긴 미노우다. 파도가 하얗게 포말을 만들거나 민물이 바다로 흐르는 지점에서 미노우를 던진 뒤 릴을 감으면 작은 물고기가 수면에서 헤엄치는 동작을 연출한다. 그 움직임에 부근에 숨어있던 농어가 튀어나와 미노우를 물게 하는 낚시이다.

포인트 부근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분위기를 본다. 북풍계열의 바람은 거칠게 얼굴로 몰아치며 지나간다. 어두운 밤의 현무암 갯바위는 미세한 빛의 여명에 형체만 거뭇하다. 바람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포인트의 상황을 가늠하면서 대를 던질지 말지 고민한다. 좋다면 좋고 별로라면 별로인 상황, 어찌 됐든 왔으니 던져보자 싶어 대를 꺼내어 채비를 갖춘 뒤에 가방을 멘다. 랜턴을 켜고 조심스레 포인트로 접근한다. 포인트에 다가갈수록 검은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크고 거칠게 들린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랜턴은 바로 꺼야 한다. 물에 빛이 드는 순간, 혹시 있을 농어는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팽팽하게 당겨 고정해 놓은 줄에 바람이 타면서 삐잉~ 하는 소리를 낸다. 릴에 고정해 두었던 미노우를 풀고 바람과 파도를 가늠하며 멀리 힘껏 던진다. 갯바위를 적신 물에 빛의 여명이 반짝이며 내가 디딘 바닥을 가늠하게 한다. 상체를 약간 낮추고 긴장을 유지한 채 릴을 감는다. 가끔씩 파도가 바로 내 옆에서 부서지며 포말을 흩뿌린다. 모든 것에 긴장한다. 내가 던진 미노우의 액션에 농어가 입질을 할지, 미노우가 혹시 물속 여나 장애물에 걸리지는 않을지, 내 옆에서 부서지는 파도가 위험하지는 않은지.. 어두운 밤의 검은 갯바위 위에 나는 홀로 서서 모든 긴장들과 싸움을 벌인다.

여러 번 미노우를 던져보았지만, 입질은 없었다. 아쉬움은 아직 금물이다. 미리 찍어 둔 포인트가 여러 곳 있기 때문이다.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포인트에서 철수 후 다시 차에 오른다. 방수 바지 안으로 배어들었던 바람이 운전석에 앉자마자 눌려 밖으로 시원하게 새어 나온다. 기분 좋은 상쾌함이 인다. 작은 만족감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끔은 그렇게, 낚시의 궁극의 이유인 조과와는 상관없는 이유들로 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원했던 것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굳이 어렵지 않게, 잠깐의 여유만 있으면 가까운 거리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삶이 순간순간의 작고 소소한 만족을 방울방울 맺는 것이다.

새로운 포인트에서 다시 장비를 갖추고 갯바위로 걸어 들어간다. 새벽이면 파도소리만 존재하는 정적의 갯바위에는 들고양이들이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바위 사이의 모래뻘에는 어디서 내려온 건지 알 수 없는 토끼들이 랜턴 불빛에 놀라 펄쩍 뛰기도 한다. 어두움 속에서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 포인트를 가늠하고 다시 미노우를 던진다. 긴장들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두세 번의 캐스팅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좀 더 던져봐야지 싶어 힘껏 미노우를 던진 뒤 릴을 감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턱 하고 미노우를 낚아채는 느낌이 나면서 동시에 릴이 찌이익 소리를 내며 줄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왔다! 하는 순간적 반응으로 나는 대를 세웠다. 거칠게 힘을 쓰는 녀석이 미노우를 끌고 멀리 도망가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긴장이 최고점에 오르며 녀석과 나의 싸움이 시작된다. 걸린 바늘에서 빠져나가려 애쓰는 녀석과, 릴의 드랙과 대의 낭창함으로 녀석의 힘을 빼려는 나의 싸움이다. 멀리 표면에서 몸을 뒤흔들며 바늘 털이를 하는 녀석이 보였다. 릴을 감기보다는 줄의 여유를 가늠하며 녀석의 몸부림이 잦아들 때까지 버텼다. 그러다 조용해지는 듯싶은 순간에 릴을 감는다. 조금씩 발버둥 치며 가까이까지 끌려오던 녀석은 다시 멀리까지 차고 나갔다. 대를 세우고 다시 버티기에 들어간다. 대를 잡은 어깨와 손목에 힘이 들어가며 살짝 버거워진다. 릴에서 소리가 잦아들면 다시 줄을 감아 녀석을 끌어온다. 그렇게 치고 나가기를 다섯 번 정도 시도하며 도망치려던 녀석이 결국에는 내 발 앞에서 힘을 완전히 잃고 밀려드는 파도 위로 드러누워버렸다. 가지런하고 청명한 은빛의 몸통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녀석이었다. 입에는 미노우를 문 채, 더 이상의 격렬한 몸부림 없이 파도에 떠밀려 내 발 앞의 갯바위에 닿았다. 나는 낚싯대의 긴장을 유지한 채 녀석의 주둥이를 집게로 잡고 들어 올려 안전한 위치로 옮겨놓는다. 80센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길고 빵빵한 몸통, 버겁지만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아가미덮개, 그 모습에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긴장의 끝자락에 정점에 도달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몸은 지치고 팔은 아프지만 그것은 분수처럼 솟는 흥분의 호르몬에 감각을 상실했다. 사진을 찍고 입에 걸린 미노우의 바늘을 빼낸 뒤, 갯바위 위의 작은 웅덩이에 녀석을 담가두고 다시 몇 번의 캐스팅을 시도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번의 출조에 한 마리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몸은 여전히 긴장과 흥분의 상태이지만, 몸은 이미 지쳐있어서 어쩔 수 없이 철수를 고민하는 것이다.

잡은 녀석은 손질해서 회로 먹는다. 몇 시간 정도 숙성을 시키면 감칠맛이 배어 회는 더욱 맛있어진다. 지인들을 불러 같이 나누어 먹고, 커다란 머리와 등뼈로는 진하게 국물을 우려낸 매운탕을 끓인다. 에깅 낚시가 잡은 오징어를 손질하여 냉장고 보관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면, 농어 낚시는 숙성시킨 회와 매운탕으로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나는 숙제 같은 마음으로 농어 낚시에 나선다. 살이 오르고 기름진 농어를 잡고 먹고 나누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러했고 올해에도 숙제 같은 농어 낚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직 시즌은 남아있어 좀 더 손맛을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려 조금은 아쉽다. 이제까지 농어 크기 기록은 정확히 1미터였다. 작게는 60센티에서 보통 80센티 정도를 낚았다. 해마다의 크기 기록도 욕심이 나고 긴장 속에서의 흥분도 떨치지 못하는 중독처럼 갈망한다. 내가 찾아 만든 삶의 매력 중 하나가 그러한 농어 낚시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세이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