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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r Kwak Dec 22. 2023

11문자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독서후기/서평]

"그 살인은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최선은 과연 모두에게도 선인가?


트롤리 딜레마라고 할고 계신가요? "제동장치가 망가진 기차가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선로 위에는 5명의 사람이 있어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5명이 죽게 되고 선로를 바꾸면 5명은 살지만 바꾼 선로에 있는 사람 1명은 죽게 된다. 선로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는 당신 앞에 있다. 스위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윤리학에서 가정하는 사고 실험의 하나로 제동장치가 고장 나 정지할 수 없는 탄관 수레가 소수 또는 다수의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을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인데요.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혹은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에 대해 윤리학의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관점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이번 책 "11문자 살인사건"의 내용은 트롤리 딜레마와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이 됩니다. 어쩌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일 수 있는데 너무 일찍 이 이야기를 전해드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바다에서 떠오른 시체에서 시작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나"의 애인인 그는 30대 남성인데요. 하지만 주인공이 그의 물건을 통해서 비치는 그의 모습은 그녀가 알던 애인과는 너무도 낯설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껏 그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리고 그의 죽음의 석연치 않은 부분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유품 중 수첩에 적인 그의 마지막 일정을 좇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년 전 떠난 요트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을 추궁하지만, 확증은 없고 그들의 반응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만이 있습니다. 그렇게 사건에 다가설수록 주인공이 조사했던 인물들이 하나하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아니, 살인을 당하게 되는데요. 그 끝에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소설이 추리소설이다 보니 앤딩을 없애려다 보니 마지막이 너무 급작스럽게 끝난 느낌이 드네요. 하지만 스포일러는 방지하는 게 아무래도 좋겠죠.


이렇게 진행되는 이번 소설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는 다른 소설과의 차이는 가해자의 유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그러하듯 살인을 저지르는 쪽, 쉽게 말해 살인자는 확실한 악인으로 등장하곤 하는데요. 또 때로는 그 악인들에게도 사연을 만들어 그들의 스토리를 미화하기도 하고 합리화하기도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선인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저마다의 신념과 그에 따른 행동에 따라서 그들의 행동은 물론 그 정당성까지도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악인에게 주어지는 스토리는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악인은 악인이고 범죄자는 범죄자, 살인자는 살인자이니까요. 그들의 스토리에 저는 관심도 없고, 들어줄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건 소설이니까요. 그리고 이 책에서는 정말이지 그 개개인의 이념에 따라서 그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게, 적정선을 아주 잘 만들어놓은 탄탄한 구조를 가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 개개인들의 가지고 있는 "악"이라는 것이 저에게서도, 우리 모두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님은 이 책을 출간하면서 "현실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세계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작품을 애정하는 이유는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전과 긴박함,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꼭 하나씩 넣어놓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가장 정통을 따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번 소설 11문자 살인사건. 여러분께 소개해드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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