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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18. 2019

What a wonderful world

아래 보이는 사진은 Ashley Bryan의 작품이다. 지난 5주간 미국 메인주와 태국 방콕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몇 몇 만남으로부터 “what a wonderful world”라고 느낀 장면들이 있었다. 이를 요약하여 오늘자 동아일보 칼럼에 기고했다. 아래 칼럼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메인주 출장을 마무리할 때쯤, 바닷가에 있는 메인주의 특색을 담은 여행가방 꼬리표를 사고 싶어 허리포트에서 소개했던 Sea Bag에 갔다. 혹시나 해서 갔었지만, 그곳에 꼬리표는 없었다. 그래서 돌아서려는 순간, 한국에서 왔다는 여직원이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배의 돛으로 쓰던 천 남은 것에 매직으로이름을 쓰라고 하더니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자신의 아들에게도 이렇게 만들어주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돌아왔다.


떠나기 전에 그에게 감사 표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가져갔던 한지 접시를 들고 토요일에 찾아갔다. 하필 그날 그 직원이 쉬는 날이어서 매장 직원에게 전달을 부탁하고는 돌아왔다. 그 다음날 고맙다는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지난 한 주가 너무 힘들어 고생했는데, 오늘 선물을 받고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고 했다. 어린 시절 입양으로 미국에 온 후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한 번 가보고 싶다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한국이름을 보내주면서 한글로 써달라고 해서, 여행 마지막날 공항옆 호텔에서 매직으로 공책에 적은 후 사진찍어 보냈다. 알고보니 그는 나와 동갑이었고, 언젠가는 자신의 부모를 만나러 한국에 오고 싶단다.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SNS를 통해 연결도 했다. 그가 앞으로도 더 행복하게 지내길. 그리고 더 좋은 운이 그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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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주간 미국과 태국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1. 미국의 유명한 가구 제작자(목수)이자 교육자인 피터 콘. 필라델피아에서 자란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역사학 박사였다. 그 역시 명문대학인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목공의 길로 들어설 때 그의 아버지는 몸을 쓰는 노동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택했다. 뉴욕에서 한창 재미나게 가구를 만들고 있을 때 그는 림프암의 일종인 호지킨병 진단을 받게 되었다. 27살 때였다. 화학요법을 받아도 5년 생존율이 55%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당시 마음은 평온 했었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어릴 때부터 살아왔기에 큰 미련이 없었다고. “내게 남은 시간이 단 1년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는 세상에 아름다운 가구를 하나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치료에 성공했고, 생존했다. 하지만 46세에 병이 재발했고 이번에는 5년 생존율이 20%로 낮아졌다. 그는 당시 운영하고 있던 목공학교를 자신이 세상을 떠나도 지속할 수 있도록 비영리기관으로 만드는 절차를 밟았다. 그는 다시 생존했고, 올해 67세인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25년째 이 학교를 이끌며 수업을 하고 있다.


#2. 태국 출장을 마치고 우연히 식사를 함께 하게 된 수는 사람 좋게 생긴 한국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이다. 수와 부인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도록 전세계를 여행하는데 투자해왔다. 그렇게 자란 큰 딸은 현재 고등학생이며, 예술로서 춤을 추고 싶어한다. 처음에 걱정하던 수는 딸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면서도 방과 후 열정적으로 춤을 배우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지지하기로 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딸은 최근 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딸이 하고 싶은 것을 도와줄 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독립적인 아이들 덕분에 그는 부인과 둘 만의 행복한 삶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 식사 자리에 함께 한 은규는 유럽 축구를 20년 이상 좋아해왔고, 언젠가 남미의 소금 사막과 프리미어 리그 게임 구경을 계획하고 있다.

#3. 목공 수업에서 만난 70세의 은퇴한 의사인 브루스에게 삶을 돌아볼 때 무엇이 중요했는지 물었다. 삶에서 기쁨을 주는 것의 원천으로 그는 세 가지를 들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자신이 잘한다고 느끼는 것.


5주에 걸친 연속 출장을 마무리하면서 세 번의 다른 만남과 이야기가 연결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가. 아니면 바쁜 일상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며 남이 좋아하는 모습을 따라서 살고 있는가. 운이 좋아서 자신이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 은규에게 유럽 축구는 돈벌이와는 상관이 없지만 주말 새벽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세상의 모든 걱정과는 떨어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의 딸은 앞으로 얼마나 성공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또래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빨리 시작했고, 회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도 있으며, 의미있는 성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세상과는 달리 앞으로는 명문 대학을 가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확실하며 이를 오랜 기간 수련해온 사람들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왔기에 별다른 후회가 없었던 피터. 10대에 벌써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부모의 지지를 받아가며 행복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는 수의 딸. TV로 보던 유럽 축구를 직접 가서 볼 꿈을 꾸고 있는 은규. 자신이 좋아서 해온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고, 생계를 꾸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브루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고 있었고, 모두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나는 남이 아닌 나의 욕망을 따라 나만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김호, 동아일보, 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201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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