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Jan 21. 2019

30년 경력 셰프의 미슐랭 1스타 스시집

타이페이 ‘스시 류’

타이페이에 도착해 호텔 콘시어주에 레스토랑 예약을 부탁했는데 오만 데 다 예약 풀부킹이고 천만다행으로 좋은 스시집 한 곳이 저녁식사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일단 가부킹이라 방문 전날 직접 예약확인을 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는데 H가 통화대기음이 이상하다고, 아무래도 전화 통화가 안되는 것 같다고 걱정한다. 몇 번을 다시 전화했는데 똑같은 음악이 나오다 마침내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나중에 무슨 노래가 나오더냐고 물었더니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 하는 현아의 노래라는 것 ㅋ.


중샨에 자리한 스시 류(Ryu, 鮨隆)는 L자 형으로 15명이 앉는 카운터가 전부다. 타이페이의 유명 스시집인 사사스시에서 헤드 셰프로 양영렁(楊永隆) 오너 셰프가 2017년 오픈해 올해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28년 경력을 자랑하는 양 셰프는 수셰프 3명의 도움을 받아 사시미를 뜨고 스시만들어 내는 일을 모두 직접한다. 캐나다에서 가져왔다는 길다란 삼나무 테이블이 공간의 전부. 매주 세 번 일본에서 생선과 각종 재료를 공수해온다.  

우선 나라 지역의 약스파클링 사케인 ‘카제노모리’를 한 병 시켰다. 시작은 게살을 넣어 부드러운 계란찜과 제철을 맞아 지방이 풍부한 방어사시미. 이어 알 굵은 은행구이가 나오고 카마스(꼬치고기)를 올린 보우스시(봉처럼 말아놓았다 잘라서 준다). 부드럽게 익힌 문어, 양파절임을 얹은 삼치 사시미, 가라스미를 묻힌 패주, 은대구 조림을 먹고 나면 본격적인 스시 시작. 시마아지(전갱이), 가마도로, 히라메(광어), 긴메타이가 이어진다. 초생강과 오이절임이 맛있어서 입가심 정도가 아닌 메인요리 수준으로 먹었다. 이어서 참치뱃살인 주도로와 오오도로가 나오고 성게군함말이, 또 하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숙성한 고등어스시와 아나고스시로 끝난다. 세 가지 식초를 섞어 스시용 밥(샤리)을 만든다는데 진밥 절대 싫어하는 나에겐 좀 아쉽긴 했다. 마지막은 보들하게 구운 계란구이 ‘교쿠’와 유바를 넣은 미소시루. 제철과일로 식사를 끝냈다.

만석이라 15명 손님의 스시와 사시미를 모두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셰프는 스시 서빙이 끝날 무렵에야 한숨 돌리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었다. 홍콩에서 온 옆자리 요란스러운 손님들에게 좀 조용히 해달라고 연신 부탁하는 셰프와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와 한국어를 모르는 스탭들이 영어에 일본어까지 섞어가며 의사소통해야 했는데 일본 식재료 사전까지 들고와 음식에 대해 설명해준 친절함 덕에 즐거운 식사였다. 저녁식사는 5000, 6000, 7000 대만달러의 오마카세 코스인데 점심은 조금 간단하고 가볍게 구성해 3000, 5000달러 코스로 선보인다. 신나게 스시를 먹고 배불러 나와서야 현아의 ‘빨개요’ 통화대기음에 대해 물어볼걸 하는 생각이… 셰프나 스탭 중 누군가가 팬이어서겠지만 말이다.


新生北路二段60之5號; Taipei,
No. 60-5, Section 2, Xinsheng North Road, Zhongshan District


매거진의 이전글 타이페이 최고의 우육탕 집 중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