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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22. 2019

샌프란시스코 명물 사워도의 탄생지

부댕 베이커리(Boudin Bakery)

여행책자로 유명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전세계에서 500개의 식(食) 경험으로 순위를 매기는 ‘무리한 시도’를 했을 때, 그 중 73위를 차지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849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부댕 베이커리의 따뜻한 사워도(sourdough) 빵 먹기였다. “사워도 빵은 어디가 제일 맛있는가?”라는 논란에서 부댕 베이커리보다는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가 더 좋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댕이 맛이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도 진출한 타르틴에서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으니 비교 평가는 나로서는 힘들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에 있는 부댕 베이커리(Boudin at the Wharf)에서 두 번의 아침 식사를 한 경험에서 좋았던 것은 빵의 질감, 특히 쫄깃하다는 느낌이었다.  


부댕 베이커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제빵사의 아들이었던 이시도르 부댕(Isidore Boudin)이 1849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문을 열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온 마리 루이즈와 1873년 결혼했고, 1887년 남편이 사망하자 혼자 이 베이커리를 이어갔다. 이스트 없이 밀가루와 물만 활용해 천연 발효로 만들어 시큼한 맛이 특징인 사워도. 부댕은 지금도 19세기 방식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것이 발효를 위한 밑반죽이다. 이를 mother dough, pre-ferment, bread starter라고 하는데, 안개가 끼는 샌프란시스코의 기후는 사워도에 들어가는 야생효모인 젖산균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이며, 이것이 샌프란시스코만의 향과 맛을 지키는 이유라고. 1903년 샌프란시스의 80%가 파괴되는 지진과 화재 때에도 마리 루이즈 부댕이 밑반죽을 챙겨 대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7살에 일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부댕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의 마스터 베이커 페르난도 파딜라(Fernando Padilla)는 자신도 역시 위급 상황에서는 마더도를 챙겨 대피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이들에게 마더도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날의 반죽에서 일부를 떼어놓으면 이것이 그 다음날 발효를 위한 자연 효모균으로 작용하는 19세기 방식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피셔맨스 워프 매장에서는이렇게 빵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번 주 팔로알토(Palo Alto)에 있는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에서 워크샵에 참여하면서 이런 오랜 기업에게 있어 혁신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오래전 시작한 가게의 오리지널(재료나 만드는 방식)이 지금의 소비자들에게도 최고의 품질과 만족을 의미할 때, 이를 지켜내는 것이 혁신이 아닐까? 부댕이 오랜 전통의 맛과 방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How many of the 500 best food experiences in the world have you tried? Here are 6 in the U.S.” (By Mary Forgione, LA Times, Nov. 9, 2018)


“San Francisco’s Boudin Bakery serves up a taste of history in each bite” (by Daniel Brown, The Mercury News, 201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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