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생선회 실컷 먹기
도화동 대물식당
몇번이나 가려다 번번이 실패했는데 부지런한 친구가 미리 예약해둔 덕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찾아간 마포의 대물식당. 제철 생선회로 요즘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낚시로 잡은 자연산 생선을 현지 어민에게 직접 받아서 요리하다 보니 도미, 민어, 방어 등 그때그때 다른 생선이 도마에 오른다. 건물벽에 붙여놓은 금색 생선 장식이 특이한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10명 정도 둘러 앉는 길다란 communal 테이블이 두 개, 너댓명 앉는 별도의 테이블 하나가 전부. 벽에는 사케와 위스키는 물론 여기 어울리는 술잔이 깔끔하게 장식되어 있다.
자리에 앉자 농어, 다시마에 숙성한 민어, 하모로 구성된 회가 나온다. 연휴 내내 많이 먹을 테니 술이라도 줄이자며 맥주 한 병씩 시켜 먹기 시작. 민어 가마살과 채소에 후추를 살짝 뿌려 따뜻하게 나온 카르토치오를 먹었고 두번째 회 접시가 나왔다. 메뉴에는 생선전이 들어가 있던데 이 날 식사에는 아쉽게도 전이 없었다. 온갖 이야기하며 먹다 보니 접시를 비웠고 세번째 회 접시 등장. 생선의 부위를 조금씩 바꾸고 참치를 더했다. 오너 셰프분이 친절하게 재료와 먹는 법을 설명해주시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 이야기를 더 많이 못들은 게 아쉬웠다. 술에도 전문가! 기호와 재료에 따라 적절한 술을 추천해주시니 기억하시길.
회를 지치도록 먹는구나… 생각하는 도중에 다시 회 한 판이 나온 줄 알았더니 샤부샤부로 먹을 하모(갯장어)였다. 갯장어 뼈로 육수를 내고 미나리를 넣은 국물에 하모 한 조각을 살짝 익혔다 꺼내 생양파 위에 올린다. 간장이나 막장을 조금 얹어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하고 탄력있는 생선살이 입 안에서 탁 풀어지는 느낌이다. 여름이 가는 맛, 올해 마지막 하모가 되지 않을까…
회만으로 배가 불러서 이젠 됐다 싶었는데 셰프님이 죽을 해주신다고 샤부샤부 냄비를 정리해 밥을 넣고 계란을 풀어주신다. 우리 모두 건강을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는 중이었다. 분명 밥도 절반만 먹는 요즘이었는데 침기름에 계란 냄새 고고한 죽은 거부할 수 없었다. ‘저탄고지’고 뭐고,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으면 두뇌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쌀밥은 괜찮다, 밀가루만 줄이자”로 그 자리에서 합의 보고 깨끗하게 죽그릇을 비웠다. 우린 역시 같은 과, 우리는 친구.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는 기대에, 오랜 친구들과 오랫만에 만나 고민과 걱정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훨씬 더 달고 맛있게 느껴진 생선회.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9시 30분까지 한 타임, 20여명 예약으로 운영한다. 테이블 구분이 없어서 낯선 사람과 함께 앉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1인 당 7만 원, 예약하면서 예약금을 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