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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30. 2019

동부이촌동 주민들이 사랑하는 밥집, 수퍼판

동부이촌동은 좀 독특한 동네로 보수적이다 싶을 정도로 변화가 늦다. 오래된 가게도 많은데 내가 대학생 때 봤던 옷가게가 아직도 있으니. 유행 따라 문 열고 닫고 메뉴를 바꾸는 일이 잦은 레스토랑 가운데 변함없이 영업을 하는 오래된 곳들이 많아서 익숙하고 푸근하다. 그중 밥 하기 싫거나 뭔가 맛있는 밥이 먹고 싶을 때 편한 차림으로 어슬렁거리며 가는 곳이 장미맨숀(‘맨숀’이라니 이 푸근한 단어!) 상가층에 있는 ‘수퍼판’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단정하고 수수한 동네 밥집 분위기이니. 4인 테이블이 다섯개 있는 홀과 룸 하나가 전부이고 날씨 좋을 때에는 밖에 있는 테라스에 2인용 테이블 두 개가 더 놓인다.


한식을 기반으로 일식과 중식, 이탤리언 등이 섞여있는 메뉴인데, 요리를 배운다면 이곳에서 배우고 싶다 생각이 들, 맛있고 현실적인 음식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을 운영하시는 분이 가정요리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우정욱 씨이기 때문.  


와인과 맥주, 소주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데 메뉴 대부분이 안주로 맛있는 것들이다. 말랑하게 졸인 서리태를 마스카포네 치즈에 버무리고 크래커에 발라먹는 ‘서리태 마스카포네’는 이 집의 상징. 쫄깃한 문어와 아보카도가 함께 나오는 샐러드도 상큼하니 맛있다. 자주 먹는 메뉴는 소고기 90퍼센트에 돼지고기 10퍼센트로 만든 패티를 오래 치대 팬과 오븐에 두 번 구운 함박스테이크. 직접 만든 데미글라스 소스와 계란프라이가 더해져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던 맛 그대로다.
부드러운 업진살 수육, 기름치가 아닌 진짜 메로구이, 듀록돼지로 만든 보쌈, 낙지나 쭈꾸미와 불고기를 함께 넣어 매콤하게 볶아낸 떡볶이 등이 인기 안주다.
식사를 원한다면 배즙에 재웠다 구워 은근하게 단 바싹불고기, 부드러운 가지를 매콤하게 볶은 서천식 가지찜이나 백명란 찌개에 흰밥을 같이 먹으면 최고. 철에 따라 계절특별 메뉴를 짧게 선보이니 주문할 때 물어보자. 메뉴판에 없던 특별메뉴 말린나물 리조토는 깜짝 놀랄 맛이었다.


친근하고 솜씨 좋은 우정욱 선생님이 음식을 책임지고 남편분은 음식과 잘 어울리는 술을 추천해주신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 집밥 같아서 가끔 밥 먹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나곤 한다. 가격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부이촌동의 물가와 임대료, 재료비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이 금액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동네 주민들이 식사를 위해 자주 가는 점심 시간 대는 11시 15분부터 13시까지, 13시 10분부터 15시까지 두 타임 운영하고 와인이나 맥주, 막걸리 등에 음식 곁들이는 저녁 타임은 10시 전에 끝난다. 자리가 많지 않아 가능한 한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평일 11:00 - 22:00  Break time 15:00~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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