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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31. 2019

삼청동 골목길에 숨어있는 작은
이탈리언

레스토랑 이태리재

삼청동이나 소격동에서 파스타를 먹으려 한다면 가게 되는 곳이 이태리제. 작은 한옥을 개조한 곳이라 자리가 많지 않아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미슐랭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면서 많이 알려졌고, TV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된 곳. 전시 보러 나갔다 전화해보고 마침 카운터 자리가 비었다고 해서 달려갔다.


값이 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게 되는 것은 아페롤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원산의 리큐어인 아페롤은 감귤맛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달콤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프로세코와 탄산수, 아페롤을 함께 넣고 얼음을 넣어서 만드는 ‘아페롤스피리츠’는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식전주. 입맛은 항상 좋으니 굳이 식전주를 마셔가며 입맛을 돋울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카운터에 떡 하니 자리잡은 대형 아페롤을 보고 자동적으로 주문하게 되니 나도 내 쟈신이 놀랍다.  


쌀을 치즈와 고기 등과 동그랗게 뭉쳐 튀겨낸 아란치니는 이 집의 시그너처. 여기에 문어 샐러드도 시켰다. 식전주로 아페롤을 즐기며 무언가 가벼운 스낵으로 먹고 싶다면 ‘치키티 믹스’, 즉 믹스 플레이트를 시키면 좋다. 아란치니와 광어카르파초, 문어샐러드, 가리비, 부르스케타 등이 함께 나온다. 카운터에 앉다 보니 일하는 셰프들이 너무 가까이에서 보여 민망할 정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셰프와 스탭들이 번갈아 가며 “맛이 어떠냐” “더 필요한 것은 없냐”고 친절하게 확인하는 바람에 계속 괜찮다고 답하느라 바빴다.


이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성게알과 어란 파스타, 그리고 뇨키다. 성게알 어란 파스타는 성게의 신선도에 따라 그날그날 반응이 다를 수도 있을 듯. 일단 접시를 가져와서 혹시 사진 찍을까 잠시 기다렸다 확인한 후 어란과 성게알을 골고루 면과 비벼 서빙해준다. 크림처럼 눅진한 느낌이 한번만 떠먹어도 배부른 느낌. 뇨키의 경우 팬에 한번 구워서 식감이나 고소함이 더 강조된다. 트러플 향이 배어나오는 크림소스가 잔뜩 더해지는데 칼로리가 엄청 나겠지만 뭐, 이렇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와서 파스타 잔뜩 먹고 아페롤 마시며 다이어트 걱정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니 빨리 포기.


자리가 좁아 옆 테이블과 바싹 붙어 있어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처럼 카운터 자리를 좋아해도 카운터 높이가 좀 애매해 편하게 식사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현대갤러리 등 갈 때면 생각나는 곳. 날씨 좋은 저녁에 가면 분위기 때문에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요즘 같은 염천지옥 말고, 선선한 바람 살살 불 때.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4-9/ 소격동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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