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Jan 31. 2019

‘청요리’를 먹고 싶다면, 가로수길의  중국집 성하루

매달 마감을 하다 보니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럴 때 먹는 짜장면과 짬뽕은 정말 아니다. 배달하는 동안 면은 불고 국물은 식고.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먹으려면 무조건 중국집으로 가야 한다. 날도 꾸물거리고 습도는 높고 할 일은 많아 마음 바쁜데 맘대로 되지는 않고 해서 익숙한 중국집으로. 오늘은 ‘식사류’ 말고 ‘요리류’를 먹고 기운 내겠다 결심했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에서 실컷 잘 먹고 적당한 가격을 치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싼 임대료만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싸게 나올 수가 없으니… 그래도 가로수길 성하루는 비교적 부담 덜한 가격으로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 요즘 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중국음식이라기보다 ‘청요리’라는 단어가 적합할 듯. 아주 세련되지 않지만 평상시에는 먹지 못하는 푸짐한 요리를 막 몇 접시씩 시키고 여러 사람이 즐겁게 나눠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청요리’라는 단어가 더 잘어울린다 싶기도 하다.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 차려지는 세 가지 사이드 디시. 간이 적당한 단무지와 짜사이, 마른고추땅콩볶음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만세 한 번 부르고 칭따오 한 병 시켜서 함께 먹기 시작. 본격적인 주문을 위해 메뉴판을 보는데, 아 좀 이상하다. 수많은 중국음식들 사이에 푸팟퐁커리, 얌운센, 얌쁠라믁이라니… 중국집에서 태국음식을 발견하니 중식, 일식, 한식, 동남아음식 모두 다 파는 미국이나 유럽 작은 도시의 중국집에 온 것 같다. 이것저것 뒤섞어서 많이 하는 음식점을 좋아하지 않아 살짝 낙담.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나가기도 민망했다.


일단 시작은 삼품냉채. 쇠고기는 속까지 간이 좀 안배었고 송화단은 흰자 부분만 사용했는지 젤라틴 먹는 것 같았고 고수가 너무 많이 나와서 동남아 음식인 줄이요ㅠㅠ. 그 다음 시킨 산라탕도 좀 밍밍하고 싱거워서 맛이 애매. 다행이 그 다음 나온 요리부터는 괜찮았다. 바로 조리해 뜨거운 상태로나온 칠리새우는 꽤 큰 사이즈라 먹기 편했다. 놀라운 일이, 평생 ‘찍먹’을 외쳐온 나인데 탕수육은 소스가 부어져서 나왔다! 바로 튀겨 바삭한 상태에서 소스를 부어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아서 망정이지, 부먹이라니요, 탕수육 부먹이라니요. 잡내 안나고 바삭하게 또 부드럽게 튀겨서 맛있다. 중국집 갈 때마다 실패하는 요리 중 하나가 멘보샤다. 빵이 기름을 많이 먹어 느글거리고 새우살은 퍼석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 멘보샤는 맛있어서 배만 안 불렀으면 한 접시 더 시킬 뻔했다. 기름진 걸 많이 먹었다 싶으면 먹는 걸 멈추는 게 맞는 판단인데 속을 달래겠다며 유산슬 주문. 먹을 때에는 상식이 잠시 멈춰버리고 만다. 죽순과 새우, 말린 해삼 넣어 부드럽게 나온 유산슬을 후루룩 먹고 아쉽게도 식사류는 포기. 초반에 짜사이와 단무지와 말린고추 튀김을 몇 접시씩 먹은 것이 패인이었다. 청요리 코스의 완성은 약간의 면과 약간의 볶음밥과 군만두 한두 개인 것을!

저녁 조금 이른 시간에 갔더니 손님은 우리 테이블 뿐. 중국음식 먹고나면 느껴지는 느끼한 조미료의 맛도 좀 덜해서 배는 부르지만 속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직 못먹은 요리가 많이 남아있으니 담번에도 다시 가볼 듯. 그런데 사장님, 저의 오바일 수도 있겠지만요, 저만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타이음식은 빼도 좋을 듯이요. 그냥 맛있는, 진짜 중국집으로 가시면 좋을 듯이요.


매거진의 이전글 삼청동 골목길에 숨어있는 작은 이탈리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