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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5. 2019

주스와 물, 그리고 콩

이번 출장에서 만났던 ‘간식’에 대한 짧은 이야기 세 편입니다.


1. 주스
오르후스 호텔 아침 식사 때 있던 일입니다. 제가 주스통 제일 앞에 서있고, 뒤에 사람들이 컵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통 밑의 꼭지를 돌렸는데도 주스가 나오질 않는 겁니다. 그럴 때 뒤통수가 살짝 가려워지는 느낌이 있지않습니까… 보다 못한 뒷 사람이 제게 그러더군요. “뚜껑을 열면 돼.” 아, 이거 언젠가 물리 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 빨대에 물을 넣고 한 쪽을 막고 있으면 물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주스통도 똑같은 원리일 텐데. 지난 8년동안 대학원에서 저를 지도해준 교수님이 물리학자인데, 저는 왜 이럴까요. 과학적으로 둔감한 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2. 물
클리브랜드에서 나흘간 수업을 받으며 쉬는 시간마다 가장 즐겨 먹었던 것이 다섯 가지 종류의 물입니다. 콜라나 커피는 마시다 보면 입이 텁텁해지기 마련입니다. 이곳에서는 얼음물, 딸기물, 오이물, 레몬물, 베리물 이렇게 다섯 가지를 구비해놓았습니다. 그냥 물에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띄워 놓은 것인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별것 아닌데 참 재미있는 배려였습니다. 취향에 따라, 각각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지요. 인공과일향을 넣은 것이 아닌, 진짜 과일물! 저는 그중 딸기물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3. 콩
또 하나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음식은 바로 콩이었습니다. 각종 땅콩과 콩이 들어간 초콜릿. 사람들마다 플라스틱컵에 담아 수업을 들으며 아작아작 씹던 콩. 특히 졸립거나 할 때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것도 너무 많이 먹으면 텁텁해지거나 수업 끝나고 저녁 먹을 때 입맛이 없어지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긴 수업에 지칠 때 큰 도움이 되었던 준비였습니다.


익숙하게 접하던 주스와 물, 콩이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그리고 그 때 나의 상태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다가오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주스는 과학에 둔감한 나를 다시 바라보게했고, 물은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들과 새로운 조화를 보여주었으며, 콩은 각성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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