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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러브레터>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오타루


1999년 개봉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본 후 모두들 “오겡키데스까?”를 연발하고 다녔던 시절. 오타루는 그 영화의 배경이 된 작은 도시다. 이제 이 영화를 알지 못하는 세대가 점점 많아지며 오타루에 대한 이미지도 ‘삿포로 근처 관광지’로 바뀐듯하다.


아주 오랫만에 다시 간 오타루. 오르골가게와 유리공예점 같은 아기자기한 것들 별로 안좋아해 운하 근처와 시내 곳곳의 옛날 건물을 구경하며 산책하는 것이 전부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끝물인 옥수수 하나씩. 초당옥수수 종이 아마 일본에서 왔을 텐데 그보다 더 달고 아삭해서 생으로 먹을 수 있다. 홋카이도니 버터감자도 먹어야지. 10시에 북해도 와인 3종 테이스팅했는데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었다. 11시부터 식당들이 문을 여는데 스시로 유명한 오타루지만(<미스터초밥왕> 주인공 쇼타의 고향인지라) 요즘은 다 비슷비슷, 밀려드는 관광객 대상으로 열심히 영업하니 패스! 대신 한적한 길가를 다니다 이제 막 노렌을 건 할아버지를 보고 따라 들어가 덴푸라정식으로 이른 점심. 너무 빨리 온 손님 때문에 마음 급해진 할아버지가 오이와 정어리절임, 사시미와 된장국, 밥, 채소절임,계란찜과 덴푸라를 한상 차려주었다. 소박하고 푸근하고 든든하게 한끼 해결하고 상점가로 가는 길에 소프트아이스크림 하나씩.


그다음 목적지는 오타루에서 시작한 르타오(Le Tao). 우리나라에도 르타오 치즈케이크가 소개되었지만 여기는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 할로윈 시즌을 맞아 북적이는데 계절한정이라 오늘까지만 먹을 수 있는 ‘블랑슈’를 주문했다. 도카치 지역에서 가져온 진한 우유로 만든 아리스크림과 밀크푸딩이 들어있는데 한참 걷다 먹으니 천국의 맛이다. 여기에 사람 얼굴만 한 밀푀유도 추가. 행복한 얼굴로 나와 걸어다니다 즉석 센베 먹으며 다시 기차역으로. 2만보 넘게 걸으면 뭐하나, 2만 칼로리 쯤 섭취한 것 같은데.


아주 오래 전 혼자 왔던 오타루에 남편과 함께 와서 잔뜩 먹고 놀다 떠나는 길. 그 오래 전 나에게, “와타시와, 겡끼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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