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Mar 11. 2019

한 점씩 구워먹는 대중적인 야키니쿠 엔야


레스토랑, 교토


호텔이 있는 시조 가라스마 일대를 오가다 호텔 근처에서 만난 작은 야키니쿠 집 ‘엔야 신마치점’(円屋 新町). 일본은 같은 이름의 지역점들이 주 메뉴를 다르게 운영하는 일이 많다. ‘엔야’ 역시 교토에 몇 군데가 있는데 이곳은 쇠고기 전문. 전면이 유리로 된 큰 창에 교토 최고급 쇠고기를 맛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5평 남짓, 8개 좌석이 전부인데 손님이 별로 없어 슬픈 주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얼른 들어갔다.


맥주 한 잔씩 시키고 감자와 참치 샐러드를 먹은 후 치맛살과 척립(chuck Rib), 대창을 시켰다. 야키니쿠의 기원이 한국이어서 그렇겠지만 메뉴에 ‘나무르3종’ ‘기무치’라고 적혀 있고 호르몬야키는 한국말로 ‘소창’ ‘대창’ 해도 주인이 바로 웃으며 알아듣는 편한 분위기. 
쇠기름을 바르고 살짝 달달한 일본식 양념에 재운 고기를 한 점씩 조심스럽게 구워 먹고 양파와 마늘도 시켜 그릴에 올렸다. 한국에서는 고기를 잔뜩 올려 배불리 먹는 스타일인데 여긴 서너점씩 나오는 고기를 감상하듯 먹게 되는데 그래도 좋은 고기는 어딜 가나 맛있는 건 틀림없다.


주문도 받고 술도 건네주고 고기 손질도 하고 전화도 받으며 혼자 가게를 지키는 아저씨께 “참 맛있다”고 했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좋아한다. 한국에서처럼 진탕 먹었다간 엄청난 금액이 나올 것 같아서 정리하고 2차로. 우리 말고 손님이 한 팀밖에 없는데 H가 안절부절이다. 다음날 이 가게를 지나가며 H는 또다시 “여기 오늘도 손님 없는데 어쩌지” 하고 걱정. 아,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구… 오늘 비로소 가게가 가득 차 정신 없는 모습을 확인하고 자기가 더 신나 한다. 혼자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사업과 장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지 알기 때문인가.


京都市中京区 新町錦小路東南角




매거진의 이전글 교토식 가정식 ‘오반자이’를 먹는 재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