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도코로 야스카와

기온 게이샤의 자취가 남아있는 오뎅집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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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집, 교토


비내리고 추우니 오뎅 맛집을 찾다 발견한 곳이 기온 근처의 ‘사이도코로 야스카와(菜処やすかわ)’다. 작고 포스 넘치는 이런 곳은 빨리 가지 않으면 자리가 없는데 오픈 시간 6시 좀 넘어 갔더니 벌써 만석. 짧은 일어에 손짓발짓 두 손 모아 부탁했더니 1차로 온 손님들 돌아가는 8시 반 이후에 혹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다른 곳에 가는 게 맞는데 오기가 생겨 “그럼 근처 돌아다니다 시간 맞춰오겠다” 하니 주인 아주머니 한숨 쉬고 알겠다고. 이런 끈기를 다른 데서 발휘했더라면 땅 사고 빌딩 올렸겠다…


줄창 칵테일 마시다 8시 반에 갔더니 여전히 자리가 없다. 다시 온 우리가 불쌍했는지, 주인아주머니가 카운터 손님들에게 “좀 좁혀앉으라” 호령하며 어디선가 의자 두 개를 꺼내다 놓아준다. 홍해의 기적을 보는 느낌!


당연히 먼저 오뎅을 시켰다. 뭐가 맛있을지 모르겠어서 하나씩 다 달라고 하니 옆에 혼자 앉은 나이 지긋한 노부인이 말린다. “오뎅은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으니 나눠 시키세요.” 옆 자리 아저씨는 이 집 주인의 친척이라는데 “오뎅으로 국제 교류를 하자”며 메뉴 추천에 합세.


깍쟁이 같은 교토 사람들 특징 상 이렇게 모르는 남일에 나서 도와주는 일은 드문 편인데 이 집의 오랜 단골이라 가능한 듯. 오뎅의 근본인 무(한국오뎅집에서는 이상하게 인기가 없다), 교토 명물인 두부, 이맘 때 제철인 죽순, 감자, 히라텐 등을 시키고 다시 고보텐, 치쿠와, 실곤약과 두부, 스지, 계란을 시켰더니 다들 놀란다. 주위를 보니 오뎅 한두 개로 술 한 병을 비운다.


탕으로 먹는 한국과 달리 오뎅을 담고 국물은 살짝 끼얹어준다. 뭐 대단할까 싶었는데 맛있다! 간도 적당하고 각각 맛이 다른 오뎅을 하나씩 먹는 재미가 있다. 게눈 감추듯 먹고 다시 한 그릇 추가. 이집 계란말이가 교토에서도 손꼽힌다는 말을 듣고 시켰더니 뜨겁고 부드럽고 간이 딱 맞게 나왔다. 간간한 오반자이 채소에 흰밥 한 그릇 먹고 마무리.


옆 자리 아저씨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4대 전부터 게이샤가 머물던 ‘오키야(置屋)’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지금 주인의 선대는 50년대 꽤 유명한 게이샤였고 은퇴 후 오키야를 운영했는데 1985년부터 현재 주인인 딸 야스가와 유키코 씨가 음식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지금도 게이샤니 마이코상들이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자주 들르는 곳이란다.


사장님이나 직원들은 영어 소통이 어렵고 영어 메뉴는 별 도움이 안된다. 단골로 늘 붐벼 굳이 의사소통 힘든 외국인 여행자를 반기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물가 비싼 기온 일대에서 맛있는 오뎅과 교토식 가정식을 적당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니 가볼 만 하다. 90도로 허리 굽히며 몇 번이나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를 외치는 전형적인 일본식 서비스가 아닌, 포스 넘치고 조금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필요한 배려는 다 해주는 츤데레 사장님과 단골손님들이 만들어내는 시끌법적한 분위기와 맛있는 오뎅이 가끔씩 그리워질 것 같다.


八坂新地末吉町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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