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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긴자 스시 큐베이

아우라는 지키지 않으면 점점 사라져간다


레스토랑_도쿄


도쿄에서 좋은 음식점을 가기에 연말은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 송년회와 각종 모임으로 예약이 차고 연말에 연휴로 쉬는 곳도 많으니. 유명 레스토랑은 해외에서의 예약은 거의 안 받고 관광객의 직접 예약도 잘 안받는다(관광객의 노 쇼에 대한 문제가…) 가장 안전한 방법은 호텔 컨시어주를 통해 예약하는 것인데 요즘 일본 경기가 좋아지면서 레스토랑 예약이 더 어려워 생각하던 10개 모두 실패. 긴자에 있는 동안 스시집을 가려했는데 좋은 곳은 연초까지 예약이 다 차 있다. “큐베이라면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가능할 지 모른다”는 호텔 직원의 말대로 점심 때 가보았더니 40분 기다리면 자리가 난단다.


조선호텔 스시조와 기술제휴를 맺고 있어서 한국 방문객들에게는 친숙한 곳인데 5층짜리 건물 본관, 별관을 운영하며 스시 셰프가 스무 명이 넘어서 그나마 자리에 여유가 있다. 맛은… 예전같지 않다. 이런 규모로 운영하다 보면 8석짜리 작은 공간에 모험심과 패기 넘치고 극도의 디테일까지 신경쓰는 요즘 스시집을 따라 가기 어려울 것 같다.


‘애니버서리 프라이스’라고, 원래 가격에서 15퍼센트 정도 낮춰 코스를 소개하던데 짧은 기간 할인행사가 아니면 차라리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쥬도로로 시작해 도미, 오징어, 자왕무시가 이어진다. 이곳의 샤리(밥)은 김이 나는 게 보일 정도로 따뜻한 것이 특징. 따뜻한 밥에 생선을 올리면 비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밥을 김으로 동그랗게 감싸 그 위에 생선이나 알 등을 얹는 ‘군함말이’를 처음 소개한 곳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에 맞게 성게알 스시가 나왔고 그 다음은 새우. 생새우와 구운 새우 중 선택인데, 역시 익히지 않는 쪽으로. 다랑어와 백합조개, 다시 오토로가 나오고 아나고와 마키, 계란으로 끝이 난다.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맛있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가격 역시 싼 편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비해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한국에 와서 연수한 셰프도 많아 한국어로 응대하기도 한다. 정숙한 분위기에서 수도하듯 먹어야 하는 스시집도 있지만 이곳은 관광객이 많아 훨씬 캐주얼하고 편한 분위기다. 매장이 커지며 손님이 많이 오고 매상도 올라가겠지만 한 끼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아우라는 사라진 것 같다. 나쁘지 않았지만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기분으로 점심을 마쳤다.


영원한 것은 없고 어떤 길로 갈지 선택은 늘 문제고. 예전의 유명한 이름이 평생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강호에는 놀라운 고수들이 늘 실력을 닦고 있고. 이래저래 살기 어렵다는 결론을 왜 난 연말에 스시를 먹으며 얻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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