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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태극당(太極堂)


 제게는 30년 가까이 목수로 사신 목공 선생님이 있습니다. 작가도 아니고 정말 동네 목수로서 문짝과 마루 등을 하면서 평범하게 삶을 사신 분입니다. 어린시절 바닷가에서 자라면서 나무로 배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따라하며 사신 분이지요.


 지금은 문짝과 마루 등 인테리어는 하지 않고, 삶을 바꾸어 목공학교를 하고 있습니다. 헤펠레란 곳에서 연수를 받으며 목수에서 목공 선생님으로 거듭 변신하였습니다.


 언젠가 이 분에게 들은 말이 있는데요. 갑자기 가구회사들이 싸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가구를 내놓으면서 한 동안 목공소는 썰렁했다고 합니다. 일감도 많이 떨어지고요. 목공소에 가서 가구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잘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수십년을 버티면서 그것도 한 동네에서 목공소를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사업을 해보니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더 잘알게 되었거든요.


 기업에서는 늘 ‘변화(change)’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는 말도 있지요. 유행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우리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조직과 사람은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오랜 기간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경쟁력이 되거나 생존의 이유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태리를 가보면 수천년 변하지 않은 모습이 지금의 관광수입을 만들어 내고 있지요.


 제과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주말에 잠시 들렀던 태극당은 1946년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제 기억에 강남역에도 태극당이 있었는데요. 제가 들린 동대역에 있는 태극당은 1974년에 지은 것이라고 하네요.


 들어가보면 영화세트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다소 ‘초현실적인’ 모습이랄까요. 촌스러우면서도 정감이 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어린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뉴욕제과, 고려당, 리치몬드 등의 오래된 제과점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태극당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해온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은 상태로 말이지요. 그곳에서 산 사라다(샐러드가 아니라) 빵과 모나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예전맛 그대로이고, 전혀 세련되지 않은 패키징도 그대로입니다. 무엇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버티고 버티지 못하고를 결정지었을까요? 순전히 추측입니다만은 몇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는 땅과 건물이 오너의 것이라는 점. 둘째는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고 작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 셋째는 어설프게 이노베이션하지 않고 아예 옛날 맛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그것이 오너의 의도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태극당 건물이 내년 1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가 5월에 재개장한다고 합니다. 설마 갑자기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겠지요? 옛날 모습을 유지하면서 위생상태는 최신식으로 하고, 좋은 재료를 쓰면서 추억의 맛을 앞으로도 유지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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