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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에어비앤비 사용기, 혹은 새미와 친해지기

메인 통신 #22


‘에어비앤비 사용기’라고 써놓고보니 이게 말이 안되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호텔사용기라는 것이 말이 안되듯 말이다. 어느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말이 되는 것처럼 에어비앤비는 하나의 시스템이자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그냥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느낀 점을 적으려고 한다.


이번에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했는데 이유는 무조건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여름철 기온이 선선하고 바다가 아름다운 메인주는 7-8월이 피크 시즌인데, 한 달 간 머물 호텔을 알아보니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오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게 되었고, 집 전체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다락방이라도 하나 있는 곳으로 알아보았다. 하루 평균 5만원 정도이니 비교적 저렴했다. 한 달을 지내면서 처음에 애를 먹었던 것은 이 집의 큰 개였다. 주인이 날짜를 착각해 처음 도착한 날 이 집에는 개 말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나를 향해 어찌나 짖어대든지. 뒤늦게 도착한 주인은 새미(개 이름)를 소개하면서 절대로 물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겁많은 내 입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이 개가 나를 향해 짖는 것이 반가움의 표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차를 몰고 들어오면 집 안에서 새미가 엄청나게 짖어댄다. 처음에는 주인이 나와서 정리해주기까지는 문을 열지 못했지만, 중간에는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금방 짖던 것을 멈추고 현관에 드러누워서는 배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난 그럼 개의 이름을 부르며 목과 배를 쓰다듬어주고는 내 방으로 올라갔다. 중간에 한 번은 모두 잠든 상태에서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녀석이 나를 보면서도 짖지 않아 신기해하기도 했다. 아주 어렸을 때 작은 강아지를 길렀던 것을 빼고는 개와 살아본 적이 없고, 개를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큰 개와 4주를 보내본 것이 처음이었다. 떠나올 때에는 은근히 새미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남의 집에 지내는 동안 욕실을 나눠쓰는 것이 생각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 호텔에서 지낼 때와 다르게 이 가족들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가까이 들어가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집 주인 리사는 오래된 집을 사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실력을 발휘해 개조하였는데, 놀란 것은 욕실에 놓여있는 싱크였다. 100년도 넘은 이 싱크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쓰던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젊은 시절 뉴욕에 살 때에도 이 돌로 된 싱크를 보관했었는데 언젠가 자신의 집을 사게 되면 할아버지가 쓰던 이 싱크를 설치해서 쓰려고 갖고 다녔다고.


미국사람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좋은 이야기, 슬픈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질 때는 굿바이와 허그 정도로 쿨하게 돌아선다.정확히 30일을 보냈던 이 집을 떠나면서 그리웠던 것은 저녁이 되면 다가오는 완벽한 어두움과 침묵, 여름 내내 선풍기를 몇 번 틀었을 정도로 선선했던 날씨 (저녁에 음료수를 창가에 두고 자면 아침에는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늘 나를 보고 짖던 새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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