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쓰나리 등 소설가들이 사랑한 긴자의 바
바_도쿄
1928년에 문을 연 ‘루팡’은 도쿄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바로 알려져 있다. 오픈하고 바 카운터를 설치한 것은 1935년, 지금도 그 때묻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양식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한 1940년대에는 판테이(Pan-tei)로 불렸다고. 이 바는 처음부터 문인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 그 사랑이 이어져오고 있다. 이즈미 교카, 키쿠치 칸, 나가이 카후, 나오키 산주고, 가와바다 야쓰나리, 사가구치 안고, 다자이 오사무 … 리스트는 화려하고 길다. 주변에 <문예춘추>가 있었던 것도 이 바에 예술가와 문인들이 들렀던 이유일 듯.
서울에 50년 넘은 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바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아직까지 떠오르지 않는다. 지하에 위치한 이 바에 얽힌 이야기 중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1972년. 루팡바가 있던 빌딩이 낡아 레노베이션할 때, 이 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힘입어, 바의 내부를 그대로 떼어내어 잘 보관하고 있다가 1974년 예전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다시 설치하여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바에서 우연히 고른 것이 모스코우 뮬(Moscow Mule). 후에 찾아보니 이 바에서 꼭 마셔봐야 할 것이 이 칵테일이라고 한다. 동으로 만든 머그컵에 담아서 주고, 맛도 좋다. 유명한 바라 6시 조금 넘어 갔는데도 이미 꽉차서 앉을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했다. 이 바에서 눈에 띈 것은 바텐더. 여성과 남성 바텐더 5-6명이 바쁘게 움직이며 손님들에게 칵테일을 만들고, 아이스픽으로 얼음을 깨고, 얼음을 손으로 집어 컵에 넣고, 또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텐더 모두의 평균 연령이 얼마일까를 추측해보았더니 70세에 가까울 것 같았다. 고령화사회라서 그런 걸까?
젊은 바텐더처럼 술잔을 화려하게 돌리며 쇼를 하거나, 다이나믹함은 떨어지지만, 손님 누구도 어색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들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울에서 칠십 가까운 바텐더가 술을 주면 그 바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갈까. 법으로 정년이 60세까지 되었지만, 직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는 나이는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아직 일본사회를 잘 이해 못하지만, 나이들어서도 현역으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부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