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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Sep 16. 2018

구름모자처럼 사뿐히 내려앉은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카페

1805년에 군대 화약 창고로 만들어져 1963년까지 군사용 창고로 사용되었는데 2013년 공공소유가 되고 새클러 가문의 기부가 더해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손에 의해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가 되었다. 현대미술 작업을 주로 소개하는데 요즘은 소니아 페리의 전시중이다.


이 건물 한 쪽엔 자하 특유의 유기적 곡선이 아름다운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자리한다. 2018년 4월부터 F&B 업체인 Chucs에서 Chucs Serpentine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파크(DDP)로 우리에게 익숙한 자하 하디드인데 DDP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어려운 간축물이다. 독특하긴 하지만 뭐랄까... 폐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달까.


하지만 이곳은 자하 하디드 건축의 매력과 개성을 잘 살린 곳이다. 유리섬유로 너울치는 듯한 장력구조물(tensile structure)인데 페리미터 세 곳이 지면을 만나고 유리 통창이 시원하게 외부를 보여준다. 안에서는 다섯 개의 커다란 기둥이 천장을 지지하는데 윗부분을 둥그런 투명유리로  처리해 자연 채광이 들어와 전체적으로 환하고 상승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공간에 어울리게 가구 역시 유기적 디자인으로 구비한 것이 특징. 흐르듯 유연하고 편안한 공간 덕에 켄싱턴가든과 하이드파크를 산책하고 미술관을 구경한 후 간단한 간식이나 차 한 잔 하기 좋은 곳이다.



수녀님들이 쓰는 흰색 코르넷처럼 하늘을 배경으로 푸른 잔디밭에 살짝, 사뿐히 내려앉은 구조물을 보니 DDP 오픈 때 서울에 왔던 자하 하디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방한 기간 동안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그는 얼마 후 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났다. 그가 좀더 오래 머물렀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놀라운 건축물을 만났을까. 너무 앞서간 탓에 기술이 그녀의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지 못했고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을 때는 정작 그 주인공이 세상에 없다. 역시 모든 것은 타이밍인가.
#serpentinesacklergallery #her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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