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장길에 목공수업을 들었던 H가 돌아오며 ‘기념품’으로 닉 웹의 나무스푼을 사왔다. 다른 작업을 하느라 당분간 스푼은 안 만들 예정이라고 해서 마지막으로 남은 것들을 모두 가져 왔다는 것. 손잡이가 긴 것은 체리나 올리브처럼 병조림 해놓은 것을 뜰 때, 몽땅한 것은 소금이나 향신료 뜰 때 사용하면 된단다.
그러고 보니 주방에 나무로 만든 스푼이 잔뜩이다. 이탈리아 시골에서 사온 올리브스푼은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어서 국물은 빠져나가고 알맹이만 건져올릴 수 있다. 커피콩이나 찻잎 뜰 때 사용할 스푼은 리빙페어에서 사모았고 올리브나무로 만든 작은 종지는 튀니지아에서 만든 것이다. 출장이나 여행길에 주방용품 상점에 가면 깨지기 쉬운 도자기나 유리제품보다 가볍고 깨질 위험 없는 나무그릇이나 나무로 된 커틀러리를 사다 보니 갯수가 점점 늘고 있다. 나무에 따라 색과 결이 다르고 만든 사람의 분위기가 배어있어서 가끔 꺼내보면 즐겁다.
닉 웹과 카톡 영상통화로 인사를 했다. 주위에서 주워온 너무를 도끼로 툭툭 잘라내고 조각도로 다듬어 완성하는데 대충 많이 만드는 것보다 완벽하게 한두 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스푼은 목이 긴 여자처럼 우아해 쓰기 아까울 지경이다. 나무로 만든 스푼이나 커틀러리는 물에 오래 닿으면 좋지않기에 가볍게 씻어 재빨리 물기를 닦아 내고 바람 잘드는 곳에서 잘 말려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나무스푼이나 목기에는 비 왁스(Bee Wax)를 발라주라는데 어디서 구하지… 어쩔 수 없어서 올리브오일을 바른다면 아주 얇게 조금만 사용하라고. “나무로 만든 것은 자꾸 써서 길이 들어야 색이 더 예뻐진다”는 그의 충고에 따라 고이 서랍에 넣어둔 나무스푼들 다 꺼내 막 쓰기로했다. 인생이나 나무 숟가락이나, 아끼면 X되는 건 매 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