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멸치회와 갈치구이를 먹으며 시작했는데
[레스토랑: 못난이 식당, 부산]
4월이 되면 부산에 가면 기장시장으로 가서 멸치회무침과 갈치를 먹는 것이 나름의 봄맞이 의식이다.
부산 출장길 기장으로 향해 서점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기장 시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못난이 식당으로 갔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래된 슬라브 건물 대신 번듯한 빌딩이 들어섰는데 이 낯선 기분은 무엇인가. 이 식당은 기장 대변항에서 잡아오는 멸치와 매일 제주에서 공수해오는 갈치로 유명한 곳이다. 손님이 많아서 길 밖으로 길게 줄을 섰던 곳인데 새로 건물을 올린 후로는 예전보다 한산하다.
4월 말에서 5월 초면 기장 멸치 제철을 맞아 멸치 축제가 열리는데 이 무렵에는 관광객도 많아 일대가 온통 북적된다. 국물을 내거나 조림에 쓰는 마른 멸치가 아닌 생물 멸치 맛을 보기 좋은 때다.
초고추장에 살짝 버무린 멸치무침을 한 그릇 애피타이저로 먹고 갈치구이와 갈치찌개를 하나씩 시켰다. 갈치찌개라고 하면 비리지 않을까 생각 들겠지만 갈치조림에서 국물을 조금 더했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신선하고 살이 잘 오른 갈치 맛은 여전하다. 늙은 호박을 잘라 넣고 끓여 달큼한 맛이 난다.
프라이팬이 아닌 오븐에서 굽는 갈치도 기름은 깔끔하게 빠지고 단단한 살이 일품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미역귀 무침은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찬. 잘 삭은 멸치젓도 맛있어 본의 아니게 과식을 하게 된다.
맛있게 밥을 먹었지만 뭔가 아쉽다. 여행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와 상차림이라 막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음번에 다시 기장에 오면 이곳을 또 들리게 될까. 분명 예전보다 깨끗하고 깔끔해졌는데 무엇이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