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맛있는 한식주점 '오월이'
[레스토랑: 2018년 5월, 서울 ]
오자를 낸 게 아닙니다.
레스토랑 이름이 '2018년 5월'입니다.
파스타나 샐러드 먹기 싫고, 그렇다고 온 몸에 연기 밴 상태에서 고기 굽기도 싫고 한정식까지는 아닌데 한식은 먹고 싶고, 적당하게 술 한 잔 하고 싶고, 마음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이고.
그럴 때 생각나는 곳이 '2018년 5월', 애칭으로 부르자면 '오월이'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한식 포차라 할 수 있다. 오픈한 날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쿠촐로, 볼피노, 마렘마 등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지운 셰프가 낸 곳인데 물론 포차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세련된 분위기.
동창이기도 하고 동갑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한 친구들과 화이트와인 한 병 시키고 마음에 드는 안주들을 골랐다.
자리에 앉으면 콩나물 국을 내주는데, 계절마다 달라집니다(조개로 우린 시원한 국을 줄 때도 있지요). 저염백명란을 살짝 발라 바삭하게 부친 배추전과 오이고추 안에 새우와 오징어, 버섯을 넣어 튀긴 고추튀김이 애피타이저.
이제 막 제철이 시작된 멸치무침도 먹고 메인은 보쌈과 무말랭이 김치, 싸우지 않도록 1인당 굴 하나씩 따로 시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이니 이런 날 저탄고지 따위는 잊어버리고 멍게와 깻잎이 잘 어우러지는 멍게 국수에, 김치볶음밥으로 마무리.
직장 초년생 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대학가 근처 주점을 갔던 우리인데 그래도 나이 들어 예전보다는 나아져서 맛있는 음식 잔뜩 먹고 술도 마시고 좋다... 하다가, 아니야, 주머니 텅 비었어도 나이 어려서 겁도 없던 그때가 좋았다고 하다가.
이런 곳에 같이 올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열심히 일해서 자리 잘 잡고 가끔 위로도 해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마음이 좀 든든했던 저녁.